[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식물/박인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식물/박인환

입력 2021-01-28 19:20
수정 2021-01-29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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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박인환

태양은 모든 식물에게 인사한다

식물은 24시간 행복하였다

식물 위에 여자가 앉았고
여자는 반역한 환영을 생각했다

향기로운 식물의 바람이 도시에 분다

모두들 창을 열고 태양에게 인사한다

식물은 24시간 잠들지 못했다

인환, 그곳에서 여전히 수영과 잘 지내나요? 그곳에서도 둘이 만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노래하고 있나요? 그곳의 시민들은 한가한 시간에 무얼 하죠? 난 요즘 해남 고구마를 김장 김치에 곁들여 먹고 강으로 가서 비둘기들에게 귀리를 나눠 줘요. 비둘기들이 귀리를 참 잘 먹죠. 귀리는 비둘기에게 행복을 줘요. 난 식물이 부러워요. 태양의 존재만으로 24시간 행복할 수 있으니 말이지요. 인간은 식물보다 백배 하등한 족속이죠. 만족할 줄도 모르고 부끄러워할 줄도 몰라요. 욕망 덩어리로 굴러갈 뿐이죠. 식물 위에 나비가 앉는 모습 보면 좋아요. 나비는 팔랑팔랑 날며 이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 환영을 생각하죠. 나비와 식물이 만나는 것 보면 인환과 수영 생각이 나요.

곽재구 시인
2021-01-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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