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볼프강 호수의 여름/김덕기·방랑자의 넋두리/이철경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볼프강 호수의 여름/김덕기·방랑자의 넋두리/이철경

입력 2021-03-11 17:22
수정 2021-03-12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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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의 넋두리/이철경

포카라 호수 옆 찻집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네

한참이 지난 후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 거야, 라고

그 한참이라는 시간이 경과 후

사진을 보며 그때를 생각하네

과거 속 박제된

사진 속에 스며 있는

그 기억을 그리워할 거라고

그때 당신과 함께라면

만년설 쌓인 히말라야 눈 속에 묻히더라도

행복할 거라 생각했었지

때로는 죽음이 현실보다 아늑하다고

불현듯 생각하면서

훗날 또, 오늘을 그리워하나니

그래서 더 나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나니

죽음은 그리워하지 않아도

어차피 오는 것

세계 3대 휴양지의 하나로 알려진 포카라에 페와라는 이름의 호수가 있습니다. 호수에 설산들의 하얀 그림자가 하루 종일 스미어 있지요. 배를 타고 노를 저을 때 노 끝에 설산의 그림자가 하얗게 부서지면 “아!” 하는 탄성을 올리게 됩니다. 랄리구라스꽃 핀 저녁의 라이브카페에 모인 세계의 여행자들 속에서 홀로 고독을 느끼는 순간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당신과 함께라면 만년설 쌓인 히말라야 눈 속에 묻혀도 행복할 거라는 생각, 포카라에서 자연스런 일입니다. 아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 오늘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 또한 포카라에서 자연스런 일입니다.

곽재구 시인
2021-03-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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