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백합/류혜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백합/류혜란

입력 2021-07-22 17:32
업데이트 2021-07-23 01:4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 시대의 노마드. 8월 1일까지 인디프레스 개인전.
이 시대의 노마드. 8월 1일까지 인디프레스 개인전.
백합/류혜란

사람으로 살기에
사랑과 싸우오
나 붙잡혀
그 끝엔 지기 위해

하여 나 으스러져
미소 띠며 묻힌 들판에
온통 하얀 백합으로
번지어 살겠소

더 사랑과 싸워
더 지고 쓰러져
더 하얗게 번지어 살겠소
영원토록 영원히

오, 죽음과는 싸우지 못하오
죽음은 없으니, 숨 쉬는
사랑과 싸우며
살고 살고 더 살겠소

순천의 골목서점 심다에서 ‘미’라는 제목의 시집을 보았다. 시인의 이름은 표지에 없다. 신춘문예나 신인상 당선 같은 것은 꿈꾸지 못했으니 그냥 자신이 쓰고 싶은 시를 쓰고 그 시편들을 모아 자비 출판을 한 것이다. 출간을 위해 마트나 식당 아르바이트를 1년쯤 했을지도 모른다. 시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 읽어 주지 않아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부르고 싶은 노래를 홀로 부르는 것이다. 시의 진정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숨 쉬는 사랑과 싸우며 살고 살고 또 살겠다는 이의 마음 앞에서 어떤 죽음도 겸손해질 것 같다. 간기에서 류혜란이라는 깨알보다 작은 이름을 보았다.

곽재구 시인
2021-07-23 30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