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별별 이야기] 해맞이와 우주의 알쓸신잡/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별별 이야기] 해맞이와 우주의 알쓸신잡/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입력 2018-01-08 20:56
업데이트 2018-01-08 21: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새해 첫날 자정에 날짜가 바뀌는 순간 다른 나라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하며 신년을 축하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솟아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를 맞는다. 일출을 하루의 시작으로 봐 왔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땅이 평평하다고 느낀다. 지표면에 붙어 사는 개미 같은 존재는 2차원을 초월해 둥근 지구를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요즘은 삼척동자도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지구가 둥그니까 한국과 반대편에 있는 나라로도 여행을 갈 수 있다. 둥근 지구의 자전 덕분에 한국인들은 새해 해맞이도 할 수 있다. 지구가 날마다 한 바퀴씩 자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겨우 400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종교 재판정을 나서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지 않는가.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날’이라고 한다. 달이 지구 둘레를 공전하는 동안 지구에서 볼 때 달의 모양은 지구가 약 29번 자전할 때마다 되풀이되며 변하는데 그 변화 주기를 ‘달’이라고 정했다. 마찬가지로 지구도 해의 둘레를 공전하는데, 지구에서 볼 때 해가 별자리에 대해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해’라고 했다.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축에 대해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동지, 하지, 춘분, 추분, 우수, 경칩 등 ‘24절기’ 개념이 생겼다.

고대 중국에서는 막대기 하나를 땅에 수직으로 꽂아 놓고 날마다 해가 정남쪽에 올 때 그림자 길이를 측정해 그림자가 가장 길어지는 날을 동지로 정하고, 그림자가 가장 짧아지는 날을 하지로 정했다. 동지에서 다음 번 동지까지를 ‘세실’(歲實)이라고 부른다. 2200년 전인 중국 한나라 초기에 한 해 동안 지구가 365바퀴를 돌고도 4분의1일을 더 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이런 막대기를 사용했는데 ‘노몬’이라고 불렀다. 또 그리스 델피에는 ‘그노티 세아우톤’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바로 ‘너 자신을 알라’는 뜻이다. 영어에서 지식이라는 뜻의 ‘날리지’(knowledge)는 ‘k’가 묵음이어서 쓸데없는 글자처럼 느껴지지만 이 단어의 어원이 그리스의 그노시이며, 그 어원이 그림자 길이를 재던 노몬에서 온 것임을 알면 무릎을 칠 것이다. 당시 문명에서는 천문학이 지식을 대표했다는 말이다.

도구를 사용해 우주를 측정하면 그것은 지식이 된다. 이것이 과학의 출발점이고, 그 덕분에 과학은 색다르고도 성공적인 정신세계를 구축해 올 수 있었다.

무술년에는 한국이 과학 문명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한 해로 발전시켜 나가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져 본다.
2018-01-09 29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