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동 창문을 열며]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김욱동 창문을 열며]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입력 2017-01-15 22:58
수정 2017-01-1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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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동 문학평론가·UNIST 초빙교수
김욱동 문학평론가·UNIST 초빙교수
17세기 영국 내전이 의회파의 승리로 끝나면서 찰스 1세는 처형당했고, 찰스 2세는 추방당해 프랑스의 루이 14세에게 몸을 의탁했다. 의회파는 올리버 크롬웰을 호국경으로 삼아 영국 연방을 세웠다. 그러나 크롬웰이 사망한 뒤 공화정은 붕괴했고, 왕당파는 찰스 2세를 왕위에 앉혔다. 1660년 영국은 다시 왕정 국가로 되돌아갔다. 찰스 2세는 왕위에 앉자마자 아버지 찰스 1세의 복수 계획을 은밀하게 세웠다. 처형에 가담한 판사들과 법정 관리 58명을 리스트로 만들었다. 13명은 국왕 시해죄로 사형시키고, 25명은 종신형에 처했는데, 나머지 20명은 처벌을 피해 도망쳤다. 악명 높은 ‘블랙리스트’의 역사는 바로 찰스 2세가 처벌자 명단으로 적어 둔 이 살생부에서 시작한다.

우리말로 ‘흑색 명단’이라고 옮길 수 있는 블랙리스트란 경계가 필요한 요주의 인물들이나 위험 인물을 일목요연하게 적어 놓은 목록을 말한다. 이 용어에 왜 하필 검은색을 뜻하는 ‘블랙’이 들어가 있을까. 영어 관습에서 좋지 않거나 부정적인 용어에는 하나같이 ‘블랙’이 들어간다. 가령 법에 저촉되는 물건을 사고파는 암시장은 ‘블랙 마켓’이라고 부르고, 코미디라도 뒷맛이 씁쓸한 코미디는 ‘블랙 코미디’라고 부른다. 어찌 이뿐이랴. 같은 거짓말이라도 악의에 찬 거짓말은 ‘블랙 라이’, 비밀 범죄조직은 ‘블랙 핸드’, 공갈이나 협박은 ‘블랙 메일’이라고 부른다.

이와 반대로 흰색을 뜻하는 ‘화이트’가 들어가는 말은 하나같이 좋거나 긍정적이다. 예를 들어 ‘화이트리스트’란 허용되거나 식별된 실체를 모아 놓은 목록을 말한다. 가령 회사나 기관에서 화이트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물들은 여러 모로 혜택을 받는다. 같은 거짓말이라도 ‘화이트 라이’라고 하면 의사가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것 같은 악의 없는 거짓말을 말한다. 블랙 마켓과는 달리 화이트 마켓은 공인받은 시장을 뜻한다. 그러고 보니 흔히 사상의 집이라고 일컫는 언어에서부터 흑인 차별이 무척 심한 듯하다. 최근 들어 다문화주의의 거센 물결을 타고 미국에서 흑인들이 이런 부정적인 용어에서 ‘블랙’이라는 말을 빼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다지 무리가 아닌 듯하다.

최근 현 정부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 때문에 문화계는 물론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오죽하면 특별검사팀에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겠는가. 이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서명자들을 비롯해 세월호 시국선언을 한 문학인들,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문화인들 등 모두 9500명 정도가 포함돼 있다. 내로라하는 예술인들이 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채식주의자’로 2016년도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도 이 명단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블랙리스트가 비단 문화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특검팀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블랙리스트가 모든 분야에 걸쳐 폭넓게 작성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청와대의 거의 모든 수석비서관실이 분야별로 정부 지원 배제 대상자 명단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앞으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인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령 고은 시인은 “나는 대선 후보 따위나 지지하고 반대하고 하는 시인이 아니다. 시인의 위엄을 위해서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이 명단에 오른 것이 오히려 ‘영광’이라고 밝혔다. 안도현 시인도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중에 내 이름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명단을 살펴보았다.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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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이인식 의원(더불어민주당, 금천구 제1선거구)은 지난 23일 서울시의회 제1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서울 광역교통망의 패러다임 전환’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수도권 광역교통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합리적인 재정 분담과 교통수단 간 연계 강화를 통한 운영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인천까지 확대된 수도권 생활권에 대응해 기존 광역교통 운영체계의 한계를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광역통합교통체계 구축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의원은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위원으로서 광역교통 운영의 재정적 책임과 시민 이동 편의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서울·경기·인천은 이미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돼 있지만, 교통 운영주체와 비용 부담, 관리 책임은 여전히 행정구역별로 나뉘어 있다”며 “이제는 환승·요금 통합을 넘어 교통망 전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떠안은 막대한 재정 적자가 핵심 현안으로 지적됐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2025년을 기준으로 공사의 부채 규모는 약 7조 7563억원에 달하고, 환승에 따른 손실 부담도 약 2907억원 규모인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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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비롯한 문화는 숲과 같다. 숲에 온갖 생물이 서식하면 할수록 그 숲은 그만큼 건강하다. 한 숲에 특정한 한 종류의 식물만 자라면 좋을 것 같지만 생태학적으로는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나무가 다른 생물들과 함께 어울려 살 때 건강하다. 이 점에서는 문화도 마찬가지여서 여러 경향의 문화가 서로 공존할 때 그 문화는 그만큼 풍요롭기 마련이다.
2017-0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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