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금융 대통령 질책할 때까지 정부 뭐했나

[사설] 서민금융 대통령 질책할 때까지 정부 뭐했나

입력 2010-07-24 00:00
업데이트 2010-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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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미소금융 현장을 방문해 대출신청 서민들을 직접 만나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캐피털)들이 상상 외로 높은 이자를 받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재벌이 이자를 일수 받듯이 하면 사회정의상 안 맞지 않느냐.”면서 “대기업이 하는 캐피털이 이렇게 이자를 많이 받으면 나쁘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의 대출이자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제야 알았다니 도대체 참모들은 그동안 뭘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의 질책과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행태를 언제까지 반복할 셈인가.

신용이 낮은 서민들은 시중은행들이 기피하니 제2금융권과 대부업계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자부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금융당국은 적절한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여태껏 방치하다가 대통령의 한마디에 부산을 떠니 한심하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의 약속은 바로 이런 모습에서 신뢰를 잃는다. 국정을 두루 살펴야 하는 대통령이 세세한 부분을 지적하기 전에 분야별로 선제 조치를 취하는 게 청와대 참모와 장·차관, 실무자들이 할 일이다. 살림살이가 넉넉해 은행에서 돈 빌릴 일이 없는 고위 공직자들이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에게 고리(高利)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턱이 있겠는가. 제2금융권의 이자가 당연히 높다고 생각하면 서민의 고통이 눈에 보일 리 없다.

공직자들은 먼저 눈높이를 서민에게 맞춰야 한다. 그래야 서민의 고충을 느끼고 맞춤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제2금융권 고리문제가 이제야 불거진 것도 서민과 고위공직자들의 눈높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은행 돈을 빌려 본 사람이라면 이자율 1%포인트에 울고 웃는다. 하물며 이자율이 30%를 넘어선다면 가히 살인적이다. 대통령의 말대로 서민이 구두 팔고 옷 팔아 웬만큼 벌어서는 갚기가 어렵다. 캐피털업계는 조달금리·연체율 운운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들이 서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점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서민을 알고 만드는 정책과, 모르고 만드는 정책은 집권 능력과 직결된다.
2010-07-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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