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담한 실패’ 쿠르드 원유개발 책임 물어라

[사설] ‘참담한 실패’ 쿠르드 원유개발 책임 물어라

입력 2011-09-17 00:00
업데이트 2011-09-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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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 전부터 추진했던 이라크 북부 쿠르드 원유개발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개 광구에 대한 탐사 시추결과 원유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당초 기대한 매장량에 훨씬 못 미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우 노스(Sangaw North) 광구에는 원유는커녕 물과 소량의 천연가스만 발견됐다고 한다. 당초 12억 5300만 배럴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 바지안(Bazian) 광구에는 원유는 발견됐지만 생산량이 당초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10여일 전인 2008년 2월 중순 방한 중이던 쿠르드 자치정부의 니제르반 바르자니 총리를 접견하는 등 원유 개발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4개월 뒤 석유공사 등은 탐사에 성공하면 19억 배럴에 이르는 원유 지분을 확보하는 대신, 21억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SOC)을 쿠르드에 건설해주는 내용의 본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시추 결과 원유 확보의 꿈은 사라졌다. 이학재 의원은 “서명 보너스(2억 1140만 달러)와 탐사비(1억 8868만 달러) 등으로 4억 달러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자원외교를 강조했다. 원유와 석유, 리튬을 비롯한 희소금속 등 중요한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본방향은 맞다.

자원외교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단기간 실적에 얽매이다 보니 쿠르드 원유 개발 실패와 같은 참사를 빚게 된 것이다. 조급증이 빚은 참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가 ‘자주개발률’이라는 외형적인 지표를 강조하다 보니 석유공사가 정밀한 검토 없이 일을 추진해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의 자원을 확보하려면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해야 하는 게 기본인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명심 때문인지 과장이 많다. 떠벌리다 보니 실제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자원 개발과 관련된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쿠르드 원유 개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 제2, 제3의 실패를 막아야 한다. 감사원은 자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실패는 없는지 찾아내 책임을 묻기 바란다.

2011-09-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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