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조직, 표밭 아닌 국가미래 보며 개편해야

[사설] 정부조직, 표밭 아닌 국가미래 보며 개편해야

입력 2012-10-20 00:00
수정 2012-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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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후보들이 집권 후 정부조직 개편 공약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그제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옛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를 복원하고 중소기업부 신설을 공약에 담는다고 한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예산권을 가진 ‘미래기획부’를 새로 만들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시대적 과제와 집권 측의 정치철학을 반영하고, 핵심 정책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나갈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일부 부처의 개편은 불가피하며 후보들이 공약을 통해 이를 거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조만간 후보별 부처 개편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당장의 ‘득표용’이 아닌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부처 개편은 정부수립 이후 60년 동안 어느 정권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직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내세워 무조건 바꾸거나 부처 이기주의, 각종 이해 집단 등에 휘둘려 즉흥적으로 부서를 만들었다가 국정의 효율을 떨어뜨린 사례는 적지 않다. 그동안 국방부·법무부·대검찰청만 빼고 모두 명칭과 역할에 변화가 있었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대 상황에 따라 통폐합과 신설된 부처가 대부분이지만, 정치논리와 부처 이기주의 탓에 졸속으로 이합집산하거나 명멸한 곳도 수두룩하다. 후보들은 이런 경험을 종합분석해 부처 하나를 만들거나 없애더라도 국가의 장기적 발전 전략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관가에서는 현재의 대(大)부처에서 독립해야 할 곳의 부서 이름이 난무하고, 학계나 이해집단 등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며 온갖 방안을 쏟아 놓고 있다고 한다. 공약을 만들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몇 가지를 주문하자면 우선 시대적 요구인 일자리·복지·경제민주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개편에 집중해야 한다. 이질적이거나 정책충돌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갈라놓는 게 상책이다. 부처별 전문성을 최대한 반영하고 연관 부처별로 협력과 조정이 원활하도록 구도를 짜야 한다. 장·차관급과 고위공직자 등의 자리 숫자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보기 바란다. 무엇보다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개편이라는 냄새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2012-10-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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