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의 일본, 정녕 동북아 질서 뒤흔들 텐가

[사설] 아베의 일본, 정녕 동북아 질서 뒤흔들 텐가

입력 2013-05-20 00:00
수정 201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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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비니즘, 즉 맹목적 국수주의의 광풍(狂風)이 몰아치는 일본이 동북아시아 질서 전반을 뒤흔들 태세다. 부끄러운 과거사를 지우려는 극우 세력들의 망언은 한계 수위를 잊은 채 날로 빈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베 신조 내각은 독단적인 대북특사 파견으로 한반도 주변국들의 대북 공조를 시험대 위에 올려 놓았다. 앞뒤 안 가리는 엔저(円低) 공세까지 맞물리면서 외교안보와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쳐 일본이 동북아의 트러블 메이커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다.

일본 국수주의 세력의 망언 시리즈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차기 총리감이라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지난 13일 “위안부는 필요했다”는 요지의 망언을 내놓더니, 그제는 일본 내 극우세력을 대표하는 이시하라 일본유신회 공동대표가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며, 침략이라 규정한 건 자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당의 니시무라 신고 중의원은 하루 앞서 “일본엔 한국인 매춘부가 우글거린다. 오사카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당신 위안부지’라고 물어도 된다”는 막말까지 했다. 이들의 망언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일본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며 눙치고 나선 걸 보면 일본 내 쇼비니즘이 제어 불능의 상태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들게 한다.

아베 총리의 돌출적인 대북특사 파견도 상식의 궤를 한참 벗어났다. 그제 3박4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지마 이사오 일본 특명담당 내각 관방 참여는 북한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일본인 납북자 처리와 국교 정상화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북의 도발 위협 앞에서 대북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중국의 외교적 노력을 헝클어 놓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지마 참여가 아베 총리의 정치적 멘토인 점을 감안하면 행보의 무게 또한 과거의 북·일 접촉과는 크게 다르다고 할 것이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조만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정상회담을 갖고 납북자 문제와 핵·미사일 문제를 포괄하는 북·일 수교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좀 더 지켜봐야겠으나 실제로 가시화된다면 한·미·일 대북공조 파기를 넘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외교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 중차대한 사안이다.

일본의 최근 행보를 그저 ‘잃어버린 20년’을 보상받고픈 민심에 기댄 포퓰리즘으로 볼 일이 아니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득표전략으로 치부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거대 중국에 맞서 동북아의 패권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 남북 대치를 자신들의 입지 확대에 적극 활용하고,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거리를 다시 벌려 놓으려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극복해야 할 새로운 도전이다.

2013-05-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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