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권력 우롱하는 유병언 일가 속히 소환해야

[사설] 공권력 우롱하는 유병언 일가 속히 소환해야

입력 2014-05-14 00:00
수정 2015-02-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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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제 소유주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씨 일가가 잠적한 채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검찰은 어제 이번 수사의 몸통인 유씨에게 16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또 어제 오후 장남 대균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서울 서초구 염곡동 자택에 강제 진입했지만 신병을 확보하진 못했다. 대균씨는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의 부실경영에 따른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등에 체류 중인 차남과 장·차녀에게도 출석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멕시코 등 제3국 도피설도 나오고 있다.

유씨 일가가 청해진해운 등 수십 개의 계열사를 사유화해 경영을 악화시킨 정황들은 검찰의 압수수색 등에서 이미 확인된 상태다. 청해진해운의 내부 조직도와 비상연락망에는 유씨가 회장으로 명시돼 있고, 그는 청해진해운에서 매달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청해진해운은 부실 경영에 따른, 모자라는 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세월호에 규정보다 많은 화물을 실었고, 그만큼의 평형수를 덜 채워 배가 복원력을 잃고 침몰한 원인이 됐다. 이 외에 선실의 구조변경, 선장 등 선박직 선원들의 비정규직 채용 등 사고와 관련한 비리 의혹은 한두 개가 아니다.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해외에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유씨 일가는 검찰의 잇단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시간을 끌어 형사처벌과 피해자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증거 인멸과 말 맞추기를 했을 것이란 짐작은 하고도 남는다. 유씨는 그동안 혐의가 드러난 측근들만을 검찰에 출석시켜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의혹을 사 왔다. 사고의 책임을 계열사에 떠넘기려는 ‘꼬리 자르기식’ 꼼수로 여겨진다. 그제는 대검 청사 앞에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이 표적 수사라며 시위를 벌였고, 어제는 금수원에 신도들이 집결해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려고 했다. 이는 300여명이 희생된 사고를 수사하는 공권력을 우롱하는 행위다. 세월호 참사의 의혹에 국민의 분노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끓고 있다. 수사 협조만이 유가족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그동안의 소환 불응이 각본이라면 여기서 접는 것이 낫다.

검찰이 출석을 통보한 유씨와 강제 구인에 나선 대균씨는 피의자 신분이다. 하지만 검찰의 강수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 발로 출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신도들이 이들의 방패막이용으로 나서 충돌도 우려된다. 하지만 신병 확보는 빨라야 한다.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도 한 달이 돼 간다. 유씨 일가를 하루빨리 소환해야만 사고 원인은 물론 이들과의 연관성을 낱낱이 규명할 수 있다.

[반론보도문] 유병언 전 회장 측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의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2014-05-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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