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의회 난입·점거한 대선불복세력, 미국 민주주의의 추락

[사설] 미의회 난입·점거한 대선불복세력, 미국 민주주의의 추락

입력 2021-01-07 21:12
수정 2021-01-0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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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타협 사라진 미국 정치의 비극
분열 심화된 한국 정치도 자성해야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연방의회 의사당에 6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난입하고 총격으로 사망자들이 발생하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미 의회는 상·하원 합동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인증하려고 모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경찰 저지를 뚫고 의회에 들이닥치는 일을 벌인 것이다. 일부 시위대는 창문을 깨고 의사당에 난입했고, 총성에 상·하원 의원들이 의자 뒤로 대피하는 등 민의의 전당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 불복을 시사했을 때부터 이미 대선 후유증은 예상됐다. 그렇지만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발생한 것은 예상을 초월한 것이다. 1차적 책임은 국민을 통합해야 할 트럼프 대통령이 되레 폭력 사태를 부추긴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로 선거 불복을 선동하고, 백악관 앞 장외 집회 연설로 시위대를 자극했다. 그 이후 시위대가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의사당까지 행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양극단으로 치닫는 미국 정치의 난맥상이다. 관용과 타협의 문화가 남아 있다고 믿어 온 미국 정치에서 극한 대립이 짙어진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4년 선거에서 뉴트 깅리치 주도의 공화당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한 뒤 비타협적 강경노선을 걸은 탓이라는 평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는 원외 강경 보수주의자들이 ‘티파티’라는 정치운동으로 공화당의 강경노선을 압박하면서 분열은 더욱 노골화됐다.

언론의 책임도 없지 않다. 일부 보수 언론이 분열을 부추기고 진보 언론도 진영 논리를 강화하면서 미국 사회는 양극화로 치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그토록 많은 미국인이 호응하고, 초유의 의사당 난입 사태까지 벌어진 것은 미국의 분열상이 이제 갈 데까지 갔음을 방증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로 양극화가 더 극단화한 것이다.

문제는 미국 정치의 이런 참상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도 양극화하고 있다. 통합의 수단으로 활용돼야 할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 첨단매체가 오히려 상대를 저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정치인과 일부 언론은 경제적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갈수록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상당수 국민은 자기가 선호하는 매체에서 선호하는 뉴스만 들으면서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으르렁댄다. 한국 정치권이 분열 완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 정치가 지금 겪는 참상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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