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진자 폭증 속 “위드 코로나” 낙관론이 타당한가

[사설] 확진자 폭증 속 “위드 코로나” 낙관론이 타당한가

입력 2021-09-26 20:20
수정 2021-09-2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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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3000명 선을 넘나드는 상황에도 김부겸 국무총리가 다음달 말부터 일상 회복을 목표로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할 것임을 재천명했다. 김 총리가 어제 지역민영방송협회 대담에서 “10월 말 정도면 백신 접종 완료자가 전 국민 70% 이상 될 것 같다. 그러면 일상 회복이 되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김 총리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그제 역대 최다인 3272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어제도 2771명으로 3000명 선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부터 추석 인구 대이동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면 더 심각한 상황이 불가피하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에게 방역 수칙 준수를 호소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오히려 국무총리가 앞장서 위드 코로나를 말한다면 확산세가 별것 아니라는 신호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 실제 그동안 정부가 낙관론을 내비칠 때마다 확산세가 심각하게 전개된 바 있다. 이번 추석에 정부가 거리두기를 일부 완화한 것도 국민에게 잘못된 신호를 줬고 결국은 폭증세로 나타났다.

물론 장기간 거리두기로 자영업자 등의 생계난이 심각한 것을 감안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확진자가 폭증할 때는 인기가 없더라도 인내와 고통을 말하는 게 정부의 소임이다. 위드 코로나는 시행 직전에 말해도 늦지 않다.

나아가 다른 나라의 위드 코로나 사례를 무조건 따라 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백신 2차 접종률이 80%가 넘는 싱가포르는 석 달 전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지만, 최근 확진자가 연일 최다를 기록하며 쏟아지자 다시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나섰다. 델타 변이로 백신 접종자도 감염(돌파 감염)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 병상 부족과 함께 위중증 환자와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정부는 책임질 수 없는 미래를 담보로 위드 코로나를 함부로 운운해서는 안 된다. 절망을 말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희망고문’을 하는 것이다.

2021-09-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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