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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의 아포리즘] 과도한 불안 조장은 말아야/서강대 교수(매체경영)

[김동률의 아포리즘] 과도한 불안 조장은 말아야/서강대 교수(매체경영)

입력 2023-06-19 02:34
업데이트 2023-06-19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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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발목 잡은 틀린 전망들 많아
인구, 환경, 에너지… 과장된 불안
극단적 주장들이 한국 사회 겁박
공포 조장 환경운동, 저의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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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
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
“하루에 섬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연구실에서 무심히 본 쇼핑 봉투에 씌어진 문구다.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문구쯤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너무 나갔다. 지나친 과장이다. 오늘날 우리는 종종 이 같은 극단적인 주장 속에 살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전망들 중 틀린 것들이 아주 많다. 인구에 대한 전망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예를 들어 보자. 1979년 중국은 한 가정이 아이 한 명만 갖도록 제한하는 법을 도입했다. 물론 첫아이가 딸일 때는 둘째도 낳을 권리를 주긴 했다. 하지만 한 가정 한 아이 정책은 중국 사회를 흔들었다. 법을 위반한 집을 불지르고 더 낳은 딸을 빼앗아 고아원으로 보냈다. 고아원은 한 명당 3000달러의 기부금을 받고 미국과 유럽으로 입양 보냈다. 이른바 공포의 정책으로 불리는 이 규제는 2015년 폐지된다. 중국 당국 스스로도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했다. 실제로 중국의 저명 학자들은 20세기 중국에서 빚어진 가장 큰 실수로 문화혁명과 한 아이 정책을 들었다. 그러나 수백만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문화혁명은 빠르게 복구됐지만 한 자녀 정책은 중국의 발전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족의 규모에까지 폭압을 가한 중국 정권에 대해 역사가 혹독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귀농이 환경친화적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회운동이다. 1970년대 말까지 도시생활에 피로감을 느낀 미국인 약 100만명이 귀농했다. 그만큼 귀농은 당시 사회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농을 권장하는 분위기는 더이상 미국에서는 없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는 귀농에 대해서도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귀농이 환경에 좋을까. 아니다. 얼핏 좋아 보이지만 귀농, 귀촌은 환경에 그다지 좋지 않다. 외려 부정적이다. 소규모 귀농 경작은 기존의 영농보다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 당연히 귀농인이 많아질수록 효율이 더 낮은 땅이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시골생활은 환경친화적일까. 그 반대다. 도시는 인구밀도가 높고 공동주택은 에너지 효율이 높다. 주로 대중교통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귀농인의 삶은 전혀 다르다. 교통망이 촘촘하지 못하다. 움직일 때마다 직접 차를 몰게 된다. 그만큼 연료가 더 든다. 난방은 더 심각하다. 화목 또는 기름 보일러는 도시의 가스난방에 비해 엄청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또 장작을 땐다는 것은 그만큼 나무를 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베어야 한다. 따라서 농촌에서의 삶이 낭만적이고 정서에는 좋지만 환경친화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상당히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보다 정교한 귀농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이처럼 수많은 생각의 오류 속에 살고 있다. 물론 산업화 시대에는 하나뿐인 지구를 희생해 가며 인류문명이 발전을 거듭해 왔다. 화석원료를 마구 썼으며 숲은 벌목됐다. 탐욕스런 자본주의가 인류의 미래를 집어삼킬 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오염은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으며 에너지 사용량도 더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삶을 망가뜨릴 정도로 인류는 멍청하지가 않다. 과거보다 덜 사용하면서도 더 번영을 구가하는 지혜로운 시대가 된 것이다. 전기차와 스마트폰이 예가 된다. 실제로 스마트폰은 녹음기, 카메라, 오디오, 게임기 등등 온갖 디바이스를 손바닥 크기에 집어넣었다. 이를 구동하기 위한 에너지는 그야말로 미미하다.

인구과잉, 환경오염, 화석연료 고갈 등에 관한 갖가지 예측은 우리를 오싹하게 만든다. 그리고 종종 이 같은 극단적인 주장이 한국 사회를 겁박하고 있다. 환경보호는 시대적인 소명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공포를 조장하는 일부의 환경운동은 저의가 의심스럽다.
2023-06-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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