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과연 ‘공부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은 이 주인공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고 있을까? 혹은 찾아갈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하루 학습 시간은 7시간 50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이는 5시간 전후인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2시간 이상 길고, 일평균 8시간을 목표로 근무하는 성인 노동자의 업무 시간과도 맞먹는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는 하나의 정책적 시도가 자유학기제다. 중학교 1학년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시험과 공부에서 해방돼 자유롭게 자신의 꿈과 재능을 찾아 나설 기회가 주어진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를 벤치마킹한 이 제도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됐다. 처음엔 학생과 교사, 학부모 대부분이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물론 대다수 학생은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시험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쾌재(?)를 불렀을지 모르지만 일부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는 입시 경쟁에서 뒤처질까봐 불안감을 내비친 것도 사실이었다. 교사는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또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활동처를 구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 교사는 학생 관점에서 수업 준비를 하며 교육적 실험을 할 수 있다. 기업을 비롯해 공공기관, 지역 공동체도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청소년 활동 중추기관인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KYWA)은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자기도전포상제를 비롯해 천문우주·농생명과학·해양환경 등 체험활동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만큼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아일랜드는 전환학년제 정착에 성공했다. 고 1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부모들의 저항도 컸다고 한다. 도입 후 약 30년간 참여 학교가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2014년 기준으로 90%가 참여하고 있다. 한 세대를 지나며 전환학년제를 경험했던 청소년이 어른이 돼서 도입을 적극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팍팍한 현재를 사는 청소년들에게 자유학기제가 미래를 준비하고, 꿈을 키우는 제도로 정착하기를 바란다. 흔히 청소년을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일컫지만 청소년은 지금, 현재의 삶에서도 주인공이어야 한다. 청소년 시기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에 소질과 재능이 있는지 발견하고, 어떤 꿈을 갖고 살고 싶은지 고민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 기회를 자유학기제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16-06-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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