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시론] 한미동맹 70년, 확장억제 제도화 원년 되길/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시론] 한미동맹 70년, 확장억제 제도화 원년 되길/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입력 2023-04-25 02:27
업데이트 2023-04-25 02:3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나토식 核공유, 중러 대북 핵우산 가능성
미 전략자산 상주, 전술핵 근접 배치 등
한미 확장억제 실효성 높이는 게 바람직

이미지 확대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전쟁 위협은 전쟁 준비로 막는다. 억제의 철학이다. 억제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능력과 의지, 전략적 소통과 억제력의 신뢰성이 요구된다. 억제는 억제력의 대상을 기준으로 상호억제와 확장억제 등으로 나뉜다. 상호억제는 상호확증파괴를 바탕으로 한다. 상호확증파괴는 핵을 보유한 강력한 행위자들이 핵무기를 사용해 상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태다. 즉 ‘공포의 균형’ 아래 서로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호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상호억제는 핵을 가진 행위자들의 억제전략이라는 점에서 이기적이다.

비핵국 한국은 동맹의 억제력에 의존한다. 확장억제가 그것이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을 보호하는 핵심 수단이면서 핵무기의 수평적 확장을 예방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핵보유국은 확장억제를 통해 동맹 및 우방국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안정에 기여한다. 이런 점에서 확장억제는 강대국의 이기심과 핵 공유라는 이타심 등 상반된 가치를 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확장억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에 대비해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기로 했다. 벨라루스는 이를 계기로 러시아와의 동맹 수준을 역대급으로 자평한다.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정치권은 내부 저항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술핵 공유를 주장한다. 러시아 위협이 코앞인 데다 미국의 전략자산과 전투부대 순환 배치만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위기의식의 본질은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측이 유사시 동맹국을 위해 자국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동맹의 적대국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다.

한국 사회에서 나토식 핵 공유나 핵 자강 논의가 촉발된 배경에는 원초적인 불안과 의심이 자리한다. 확장억제를 구성하는 두 개의 가치, 강대국의 이기심과 핵 공유라는 이타심이 공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확장억제는 신뢰 문제로 환원되는 구조적 취약성에 직면한다. 김정은은 북한의 미래를 핵물질의 기하급수적 발전에 베팅했다. 핵을 보유하지 않은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은 두 가지다. 핵을 보유하거나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나토식 전술핵 공유와 핵 자강은 이상적인 목표다. 만약 미국이 한국과 전술핵을 공유한다면 최악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있다. 자칫 한국이 ‘전술핵의 포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핵 자강을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최근 우리도 핵을 보유하자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핵 자강 문제는 정쟁 수단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핵잠재력을 확보하기도 전에 국론 분열이 우려되는 이유다. 나아가 핵 자강은 북한 비핵화라는 정책목표는 물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적 가치와도 충돌한다.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국민통합과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의 구체적 작동을 위한 세부계획 마련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고도화 및 핵기획그룹(NPG) 구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주 및 전술핵 근접 배치 등 확장억제 제도화 및 실효성 강화를 통해 나토식 핵 공유 이상의 대북 억제 능력을 확립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한미가 공통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확장억제의 능력과 의지, 그리고 북한을 향한 전략적 소통의 효과를 결집하는 결정적 지점이 될 것이다. 동맹 70년을 맞아 2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북의 핵 위협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고,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23-04-25 26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