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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2011년 첫날 내다본 10년/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2011년 첫날 내다본 10년/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1-01-01 00:00
업데이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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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월드컵 개최지 발표를 밤늦도록 TV로 지켜보았다. 2018년엔 러시아, 2022년엔 카타르로 결정되자 아쉬움이 밀려왔다. 8년 뒤, 12년 뒤에나 있을 먼 훗날의 일인데 한국의 2022년대회 유치 실패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겼을 것 같다. 러시아와 카타르대표단이 환호하는 모습에서 양국 국민들이 가졌을 희망과 흥분을 엿볼 수 있었다.

월드컵 불발로 세계의 시선이 다른 데로 옮겨지고, 국민의 자부심과 경제효과 등 유·무형의 기회를 잃은 것 같아 미련이 많이 남았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 보니 2022년이면 내 나이가 환갑을 넘긴 60대 초반이다. 까짓것 뭐, 그때가 언제 올 줄도 모르는데 공연히 마음만 상했다고 여기며 애써 허탈함을 추슬렀다. 그래도 미래의 희망을 하나 더 갖는다는 것은 해당 국가나 국민에게 축복이고 행운이다. 적어도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그들의 마음은 풍요로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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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논설위원
새해가 밝았다. 2010년 12월 31일과 2011년 1월 1일은 단 하루 상간. 시간상으론 평범한 어제와 오늘일 뿐이다. 인생을 여기까지 오게 해준 어느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은 없다. 그래도 날짜마다 의미 부여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다. 오늘은 새해의 첫날이자 새 밀레니엄의 두 번째 10년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해와 과거 10년을 돌아보고 올해의 계획과 10년 앞도 생각해 두어야 하는 시점이다. 일신(一新)을 다짐하며 각별한 느낌으로 오늘을 맞는 것도 그 때문이다.

되돌아 보니 40대 나이의 대부분과 50대 초반을 보낸 지난 10년은 말 그대로 화살보다 더 빨랐다. 가정과 직장에서 복잡다단한 일들이 많았고, 그중에서 역시 나이 먹는 게 가장 힘들었다. 시력은 뚝 떨어지고 흰 머리카락이 부쩍 늘어난 데다, 한겨울엔 내복 신세를 져야 할 만큼 노화가 진행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마음은 아직 젊다. 돈 버는 일 빼고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룬 건 별로 없어도 엄혹한 ‘사오정(45세 정년)시대’에 용케 살아남은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하루·한달·한해를 설계하고 실천하기도 어려운 판에 10년 대계를 세우려니 머리가 좀 뻐근해진다. 몇년 뒤 정년을 맞을 테고 제2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데 가진 재주가 별로 없어 고민이다. 더구나 최근 뉴스를 보면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의 정년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노년에 먹고살려면 또 다른 인생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긴장이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나이 60~70세에도 현장을 뛰는 어른들이 참 부럽다. 개인적인 노력에다 열정·지혜·경험이 남다르고, 무엇보다 강건한 체력이 뒤받쳐주니 선택 받은 사람들이다. 그뿐인가. 일해서 세금 내고, 국가·사회적 부양부담을 덜어주니 ‘노마지지’(馬之智)가 따로 없다. 아무래도 일찌감치 훌륭한 멘토라도 찾아 나서서 한수 단단히 배워 두어야 좋을 성싶다.

10년 앞을 살펴보니 나라에도 큰일이 적지 않다. 우선 헌법이 바뀌지 않으면 대통령 선거가 두 차례(2012·2017년) 있다. 민주화 이후 다섯번의 대선 가운데 두 차례만 적중한 신통찮은 투표실력이지만 권력과 나라의 변화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대통령을 잘 뽑으면 좋은 노년 일자리 정책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글머리에서 먼 미래의 월드컵 같은 국제행사 유치를 고대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때쯤이면 한창 제2 인생을 살고 있을 텐데, 월드컵을 계기로 나라경제가 번창하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질지 혹시 아는가.

새해를 맞아 현직에서 노익장을 발휘하는 분들은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후학들이 닮고 싶은 역할모델이 되셨으면 한다. 같은 시대를 동고동락하는 베이비 부머들도 시시각각 닥쳐오는 정년퇴직에 주눅들지 말고 어깨를 쫙 펴시라. 다들 올해는 물론이고, 10년 뒤에도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만났으면 한다.

ycs@seoul.co.kr
2011-01-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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