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칼잡이/임병선 논설위원

[길섶에서] 칼잡이/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7-27 20:58
업데이트 2020-07-2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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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네 치과에 다니다 보니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왜 ‘칼잡이’ 운운하는지 알 것 같다. 무심한 듯 두 손을 움직이고 아무 생각도 없는 듯 장비를 입안에 집어넣어 움직이는데 도무지 막힌 구석이 없어 보인다. 말도 함부로, 거칠게 툭툭 내뱉듯 해 처음에는 오해도 적잖이 했다. 무슨 의사가 저러지 싶었던 때도 없지 않았다. 농구 취재를 할 때 허모 전 국가대표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자 프라이드’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딸이나 아내도 그 치과 선생님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다르지 않았다. 의사란 기능적 측면에서 하등의 모자란 구석이 없으며 다소 언사가 거칠고 환자를 허물없이 대하는 점이 있더라도 결코 결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의 실력은 낭중지추였다. 시술대에 누워 바라본 마스크에 어렴풋이 비친 그의 얼굴은 집념의 돌덩어리였다.

작금의 법무부와 정권, 검찰총장과 야당의 ‘짝지어 대립하기’ 프레임을 보면서 진정한 칼잡이의 의미를 생각한다. 뭉툭한 칼끝은 사람과 사회의 상처를 헤집어 낼 뿐, 제대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

적확한 검찰권 행사는 나은 차원을 향한다고 믿는다. 지루해지고 식상해질 국면이다. 바르게 칼을 휘두르는 방법에 일도양단의 지혜를 간구하고픈 심정이다.

bsnim@seoul.co.kr
2020-07-2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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