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서울형 창작극장/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서울형 창작극장/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7-01-15 22:58
수정 2017-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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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에서 가장 뜨는 ‘문화의 거리’ 가운데 하나는 망원시장이다. ‘먹방’ 프로그램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재래시장이기도 하다. 엊그제는 50대 ‘아재’인 옆자리 동료가 TV에서 봤다며 “망원시장의 3000원짜리 칼국수 한번 먹으러 가자”며 입맛을 다셨다. 망원시장은 전통시장답게 값은 싸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먹거리 천국으로 벌써부터 자리잡았다.

일대는 몇 년 전까지 한적한 주택가였다. 홍대앞 문화가 흘러넘치면서 오늘의 망원시장 문화를 형성했다. 홍대앞과 멀지 않으면서 집세는 낮아 젊은층의 인기 주거지로 떠오른 것과 맥을 같이한다. 호되게 오른 임대료에 밀려난 상인들과 자본이 넉넉할 리 만무한 ‘먹거리 스타트업’이 자리잡기에도 최적의 여건이었다.

낙후 지역이 인기 지역으로 변모하면 거주자와 입주 상인의 교체가 이루어진다. 이런 현상을 뜻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젠트리(gentri)는 귀족층을 가리킨다고 한다. 귀족층에 자본이 집중되어 있었던 시대에 만들어진 단어일 것이다. 동네 이미지를 바꾼 공로자들이 막상 집값과 집세가 오르면서 밀려나는 현상에는 정의롭지 않은 측면이 있다. ‘연극의 거리’로 명성을 얻은 대학로 소극장들이 상업 자본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불행을 겪는 당사자들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적 분위기를 주변으로 확산시키는 차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꼭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홍대앞 문화는 일찌감치 흘러넘치면서 주변 일대를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홍대앞 문화는 이제 주변의 연남동, 망원동, 동교동, 상수동으로 뻗어나가 마포구 일대를 거대한 ‘홍대 문화권’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망원시장은 홍대앞 문화가 재래시장 문화와 결합한 매우 한국적인 상권이라고 할 수 있다. 망원시장은 관광 자원으로도 가치 높다.

서울시는 대학로 소극장을 살리고자 올해도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300석 미만 소극장에 임차료를 지원하고, 지원받은 극장은 순수예술 공연 단체에 대관료를 50% 깎아 주는 내용이다. 지난해보다 전체 예산은 줄었다지만 5000만원이던 지원 한도를 올해는 없앴다고 한다.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지원 대상을 대학로 소극장에 국한한 것은 소극적이다. 앞으로도 땅값은 오를 것이다. 언제까지나 소극장을 대학로에 묶어 두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니 새로운 연극의 거리를 개척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소극장 거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일정 지역을 추가 지정하면 흥미를 느끼는 극단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 동네에 4~5개 소극장만 들어서도 새로운 공연 거리로 손색이 없다. 홍대앞 문화가 다채롭게 변주되어 망원시장을 비롯해 독특한 문화를 낳은 성공 사례를 공연 문화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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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7-0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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