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문 닫는 세실극장/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문 닫는 세실극장/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7-12-29 17:28
수정 2017-12-3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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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별관에 세실극장이 들어선 건 1976년 4월이다. 성공회는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치자 1973년 재정 자립을 위해 임대료 수입 목적의 회관을 짓기로 하고, 당시 유신체제에 반대해 프랑스로 추방돼 있던 건축가 김중업에게 건물 설계를 맡겼다. 처음 구상했던 건물 용도는 시청 주변 대기업들이 주주총회 등을 할 수 있는 회의장이었다. 그러나 건축 도중 명동의 국립극장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공연장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대한성공회 4대 교구장을 지낸 알프레드 세실 쿠퍼(한국명 구세실·1882~1962) 주교의 이름을 따서 세실극장으로 명명했다.
대관 전용으로 문을 연 세실극장은 도심 덕수궁에 인접한 입지와 소극장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312석 객석, 부채꼴 모양의 극장 형태, 최신식 음향·조명시설 등으로 단번에 주목받았다. 개관 공연은 고 차범석 극작가가 연출한 극단 산하의 ‘유령’이었는데 5월 첫날부터 6일간 공연에 2500명의 관객이 몰렸다고 한다. 세실극장은 이후 연극인회관(1977~80년), 극단 마당이 운영하던 마당세실극장(1981~97년), 극단 로뎀의 전용극장인 제일화재 세실극장·한화손보 세실극장(1999~2012년)으로 이어졌고, 2013년부터 김민섭 씨어터오 대표가 원래 이름인 세실극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42년간 한국 소극장 연극의 맥을 이어 온 세실극장이 곧 문을 닫는다고 한다.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안네 프랑크’가 끝나는 내년 1월 7일 폐관한다. 월 임대료 1300만원을 비롯해 매월 쌓이는 운영비 적자를 더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김 극장장의 설명이다. 서울연극협회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한국본부가 공공극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나섰지만 성공회 측과 임대료 이견을 좁히지 못해 포기했다. 성공회는 사무실 용도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공회 측 관계자는 “교단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재정 악화를 만회하는 쪽으로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극장장은 세실극장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에 비해 사회의 관심과 공공 지원이 부족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지만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고, 공연장 임대료 지원 사업 혜택도 별로 누리지 못했다.

세실극장보다 한 해 앞서 개관한 삼일로창고극장은 2015년 폐관했다가 지난 6월 서울시가 10년 장기 임차해 내년 초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1970~80년대 소극장 운동의 양대 메카였던 두 극장의 운영난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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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al@seoul.co.kr

2017-12-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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