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총선 불출마/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총선 불출마/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19-10-15 17:54
수정 2019-10-1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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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철희 의원이 어제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단체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이 의원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 놓을 자신이 없다”면서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대표를 제외하고 민주당 현역 의원 중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인지도 있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부산이나 서울 구로 등 출마 예상지까지 심심찮게 거론됐던 이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당내에 번질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선 가능성이 높았지만, 불출마 선언을 해 신선한 파장을 일으킨 대표적인 정치인은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이다. 오 전 의원은 2005년 7월 “‘내 탓이오’라는 심정으로 부끄러운 정치권 전반에 대한 자성의 의미로 17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오 전 의원은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도 좋았던 데다 지역구도 “공천 즉 당선”이었던 서울 강남을이었기 때문에 국민의 호평을 받았다. 오 전 의원은 인지도와 호감도를 더욱 높인 결과 이듬해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물갈이 공천’, 즉 인적 쇄신이 총선 승리의 기본 공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회를 바꾸고 지역구 의원도 참신한 인물로 교체하기를 원하는 민심이 투표 결과에 반영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역대 총선에서 야당이 인적 쇄신 이슈를 먼저 들고나온다. 하지만 올해는 여당인 민주당이 먼저 기선을 잡았다. 정치 신인에게 유리한 공천룰 개정을 통해 최소한 30% 이상의 현역 물갈이를 이루겠다는 발표도, 의미 있는 불출마 선언도 민주당이 선점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쇄신과 혁신을 외쳐 왔지만 ‘조국 정국’에서 반사이익에만 목을 맬뿐 달라진 건 하나 없어 보인다. 내년 총선의 성패는 결국 어느 당이 혁신적 인재를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지금 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의 자기희생을 보여 주는 불출마 선언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8월 한국당 연찬회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험지 출마의 죽을 길을 택하라. 지금은 죽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유한한 정치 인생보다 훨씬 긴 자기 인생이 있다”고 충고했다. 자기를 비울 때 비로소 채워진다는 깊은 울림이다.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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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6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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