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여의도 저승사자/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여의도 저승사자/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1-05-13 20:38
수정 2021-05-14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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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적발로 주식거래 제도화 및 투명화’를 주문했다. 한 달 정도 지난 4월 18일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6개 기관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검찰에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5월 2일 서울중앙지검 산하에 합수단이 설치됐다. 합수단은 다음해인 2014년 2월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전됐고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합수단은 패스트트랙을 운영했다. 합수단 설치 이전에는 거래소가 불공정거래 등을 심리하는 데 1~2개월, 금감원 조사에 6개월에서 1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에 1개월 정도가 걸려 검찰에 사건이 통보되기 전까지는 1년 이상 걸렸다. 패스트트랙은 증선위원,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조사심리기관협의회가 신속·강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검찰에 고발하는 제도다. 속도를 자랑하듯 합수단은 2013년 8월 20일 ‘100일의 성과’를 발표하면서 81명을 입건하고 범죄 수익 188억여원을 환수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전하고 6개월 뒤인 2014년 9월에는 범죄 수익 231억원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이런 막강한 권력은 로비의 표적이 됐다. 2016년 당시 합수단장인 김형준 부장검사가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구속됐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합수단에 근무했던 검사 등이 퇴직 이후 법무법인으로 옮겨 전관예우를 누린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줄이는 권고안을 내면서 합수단은 지난해 1월 사라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합수단 부활 가능성에 대해 “수사권 개혁의 구조하에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검토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활황인 것은 좋은 일이지만 주가 조작이나 허위 공시, 허위 정보를 활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례들이 염려된다”고 언급한 뒤였다. 합수단을 없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어제 “합수단은 금융을 잘 아는 죄수를 활용해 불법 수사를 하는 곳이었다”며 반발했다.

금융 범죄는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가 폭증한다. 자금 공급자, 주도 세력, 행동책 등이 나눠져 있어 범죄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재산 은닉, 해외 도주 등이 이뤄지면 빠르게 추적해야만 제대로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의 수사권은 6개 분야로 축소됐고,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됐다. 금융 상품은 다양해지고 시장 참여자는 급증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상황에서 합수단의 역할과 필요성을 점검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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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k3@seoul.co.kr
2021-05-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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