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사람의 탐욕과 유좌지기/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사람의 탐욕과 유좌지기/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입력 2011-09-03 00:00
업데이트 2011-09-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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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람의 탐욕은 마음속에서 하고자 또는 얻고자 하는 욕심을 인내해야 하는 한계선을 넘어설 때 나타난다. 이것이 지나치면 사람으로서 본래의 품성을 잃고 동물처럼 본능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탐욕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은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목적 달성을 위해서 태생적으로 욕심이라는 근원적 기운을 갖고 있다. 욕심의 실체는 우주 만물의 변화를 야기하는 동력이자 마음 의지로서 삶을 주관하는 기운이다. 욕심은 이상적 마음 의지와 현실적 능력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가면서 다스려 나갈 수밖에 없다.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면 탐욕으로 전이된다. 우리의 태양계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풀벌레조차 자기 몫이 있고 이런 무수히 많은 역할이 모여 세상의 균형을 이루며 다시 변화를 일으킨다. 이 역할이 바로 각각의 그릇이요 능력의 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욕심이 그릇에 채워지고 넘친다면 이미 그것은 능력 밖의 일이며 자기의 소관 범위를 벗어난 타인의 몫이다. 만일 누군가 더 많은 욕심을 내려면, 기존의 자기 그릇을 깨고 다시 그릇을 키운 다음 또 채우기를 거듭해야 한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임금이 된 후 스승인 무학대사로부터 사람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사주팔자에 따라 행로가 사실상 결정된다는 설명을 듣고 자기와 똑같은 사주팔자를 가진 사람들을 모두 찾아오라고 지시한다. 이윽고 이성계와 사주팔자가 같은 한 사람을 찾았고, 이성계는 그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소와 돼지를 잡는 백정이란다. 어이가 없어 무학대사에게 물으니 “두분의 팔자가 칼로써 다스리는 기운은 같지만 한분은 지혜의 칼로 사람을 다스리는 능력의 그릇이고 다른 한분은 무쇠의 칼로 짐승을 다스리는 능력의 그릇이니 다스림의 목적은 같지만 능력이 달라 가는 길이 다른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각자의 그릇 크기 안에서 욕심이 어떻게 다르게 완성돼 나타나는지를 시사하는 얘기다.

유좌지기(宥坐之器)란 순자의 유좌편에 나오는 말로, 노나라 환공이 항상 오른쪽에 두고 마음의 거울처럼 보았던 그릇이다. 이 그릇은 속이 비면 기울고 가득 차면 엎어지며 알맞게 채우면 똑바로 서 있기 때문에 환공 스스로 항상 욕심이 자기 능력에 비추어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곁에 두고 평상심을 다스릴 때마다 보았던 의기(儀器)이다. 조선시대 개성상인이었던 임상옥도 자신의 재물에 대한 무한의 욕심을 경계하기 위하여 아무리 술을 채워도 넘치지 아니하는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을 곁에 두고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돈 버는 욕심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라는 점을 알고 능력이 만들어 주는 재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상인으로서 바른 길이 무엇인지를 고심할 때마다 보았던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국민들이 그룹이나 대기업을 쳐다보는 시각이 따뜻하지 않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 놓고도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새로운 동력의 그릇을 키우기 위한 재투자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축적한 재화는 이미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르며 갖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속도까지 붙어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한없이 부의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조세라는 수단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배분의 정의를 실현한다는 말은 무색해졌다. 장사꾼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오직 이익만을 좇지만, 사업가는 회사라는 법인을 경영하는 기업가로 적어도 윤리적 규범 안에서 이익을 추구하고 있어 두 개념은 구별된다. 여기서 사업가에게 부여된 윤리라는 덕목은 승자의 독식이 아니라 나눔의 미덕을 말한다. 독식은 이미 그릇을 채우고 넘친 상태로, 다른 자의 몫까지 움켜쥐고도 배고픔을 호소하는 탐욕이기 때문에 허무한 신기루와 같다. 거창하게 기부금을 내어 재단법인을 만든다고 시끄럽지만 그것은 나눔의 양보가 아니라 그들만의 새로운 울타리가 하나 더 만들어지는 것에 불과함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늦었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작은 나눔부터라도 시작하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 나서야 할 때가 왔다.
2011-09-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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