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임직원을 착취하는 기업주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회사의 경쟁력은 상관없이 조합원의 이익만 도모하는 강성노조도 지속 가능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로는 사회 발전은 사라지는 듯합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을 통하여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패권주의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보이네요. 이제 음과 양의 두 기운이 양극으로 대립하는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모든 생명은 대립하는 가치들이 순환하면서 태어나고 있답니다. 상극(相剋)이 순환과정에서 상생(相生)으로 승화하지요. 상극의 모습이 양극이라면, 상생의 모습은 태극입니다. 콩이 콩나물로 탄생할 때도 양극에서 태극의 모습으로 바꾸고, 태아의 모습도 태극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태극은 생명의 본질이고 진정한 소통의 상징이 아닌가 합니다.
승자 독식 구조로는 이 사회의 지속 발전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명확해 보입니다. 또한, 모두가 똑같이 나누어 갖는다는 절대 평등론은 공산주의 실험에서 이미 부정되었습니다. 결국, 혁신이 없는 제로 섬 게임은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순환시키는 것이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풀어가는 근본적 대안이 아닌가 합니다. 이것이 바로 혁신을 통한 사회 발전이지요.
선순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복될 때 진정한 모습을 드러나는 듯합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거래는 상대방을 속이는 사람이 승자가 될 수 있으나, 반복되는 거래에서는 그렇지 않음이 생명 진화 과정에서 밝혀지고 있지요. 유명한 ‘감옥의 딜레마’를 바탕으로 수많은 진화 경쟁 모의 실험결과 승자의 기본 전략은 ‘믿되 속이는 자는 응징한다’는 ‘tic-tac-tut’ 전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반복되는 투명한 게임의 규칙이 선순환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지요.
이윤극대화가 주주 자본주의 하에서는 기업의 지상 목표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투명한 거래에서는 사회적 가치창출을 통하여 기업 이익과 사회적 이익을 선순환시키는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 훌륭한 실적을 올리고 있음이 라젠드라 시소에다의 연구로 입증되었습니다. 한편, 노동조합도 일방적 집단 이기주의를 벗어나, 사회 전체와 공동 이익을 추구할 때 더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 독일의 실험에서 입증되었지요.
진정한 사회적 가치는 양 극단의 선택이 아니라 반복되는 선순환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혁신을 통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선순환시키는 선순환기업가 정신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 선순환 기업가주의(Entrepreneurism)의 시대가 온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혁신 없는 집단 이익 추구는 사라져야 합니다. 창조경제와 정부 3.0은 이러한 혁신 지향적 사회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10년 이상 논란이 되어온 이공계 문제는 이공계가 이익집단화되지 못한 결과로 보는 것이 문제의 핵심일 것입니다.
수능 고득점자들이 몰리는 분야의 국제 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이유는 집단화에 의한 이익 추구의 결과로 보입니다.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의 본질적 원인도 혁신 없는 이익 추구에 기인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선순환은 한글의 창제원리인 천지인(天地人) 사상에서 비롯합니다. 천지인의 선순환 심볼이 바로 태극기이지요. 이제 양극의 대립에서 상생의 선순환 태극으로 승화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14-01-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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