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랑’ 자매 작가 홍정은·홍미란 인터뷰

요즘 이들처럼 행복한 자매가 또 있을까. MBC 수목 드라마 ‘최고의 사랑’ 작가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홍정은(37)·미란(34) 자매다. 마지막회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4일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자매를 만났다.

드라마 속 주인공 차승원(왼쪽), 공효진




●차승원 카리스마·섹시미 독고진 만나 폭발

→마지막회에서 시청률 20%를 넘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는데.

-정은:너무 다행이다. 이야기를 어렵게 가지 않고 유쾌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하려고 애썼다.

-미란:마지막회에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고 하락세에서 끝나면 안 좋은데, 자체 최고 시청률로 무난하게 끝나서 다행이다.

→끝까지 뒷심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 얘기가 많았나 보다.

-정은:독고와 애정이 마음 편하게 데이트한 적이 없어서 팬서비스 차원에서 둘의 닭살 애정 행각을 많이 넣었다. 이들이 비호감 커플이지만, 꿋꿋하게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미란: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된 것이 아니라 결별설, 이혼설 등 그들이 여전히 연예인으로서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했다.

→비호감 연예인과 오만한 톱스타의 사랑은 흔한 조합은 아니다. 두명의 비호감을 호감으로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정은:애정이는 설정이 비호감일 뿐이지 실제 행동에서 망가지거나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안쓰러운 부분을 강조해 최대한 보호하려고 했다. 실제로 비호감으로 알려진 연예인이 굉장히 열심히 살고 인간적으로 좋은 면이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란:멜로 드라마엔 둘의 차이로 인해 사랑이 이루어지기 힘든 난관이 있어야 하는데, 보통 가난이나 출생의 비밀, 불치병이 자주 소재로 쓰인다. ‘최사’에서는 톱스타와 밑바닥 연예인이라는, 일종의 계급 차이를 뒀다.

홍정은(오른쪽)·미란 자매
→이번 드라마는 캐릭터 덕을 톡톡히 본 것 같다. 특별히 참조한 인물이 있었나.

-미란:구애정은 특정한 한명이라기보다는 연예계 모든 루머의 집합체다. 연예인에 관한 얘기는 전국민이 밥 먹으면서 흔히 하는 이야기 아닌가. 독고도 톱스타라는 직업을 갖고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특정 대상을 놓고 썼다기보다는 우리가 보는 톱스타들의 실상이 저렇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서 썼다.

→차승원이 연기한 독고진이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끈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미란:차승원은 코미디 연기를 할 때나 전작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처럼 무겁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도 좋다. 두 가지가 잘 조화된 연기가 고맙게도 이번 드라마에서 폭발한 것 같다. 멋진 몸매와 큰 키, 섹시한 이미지는 충분히 멜로에서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은:솔직함이 독고의 가장 큰 매력이다. 톱스타들의 만들어진 모습 이면의 귀엽고 솔직한 모습을 얄밉지 않게 그리려고 애썼다.

→충전, 극뽁, 띵똥 등 인기 유행어를 비롯해 감각적인 대사도 인기에 한몫을 했는데.

-미란:초반에 캐릭터가 빨리 잡혀서 대사 쓰기가 좋았다. 문자 메시지나 트위터에 짧게 쓸 수 있는 말이었는데, 배우들이 어투와 어감을 잘 살려줬다. 특히 독고는 구질구질하게 뭔가를 줄줄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자기 감정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성격이라 유독 짧은 대사가 많았다.

●연예계 이면 다뤄 스타의 인간성 주목

→코미디와 멜로의 균형을 잡아 가는 것이 참 어려웠을 것 같다.

-정은: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처음에 밝은 코미디로 가다 뒤로 갈수록 무거운 멜로가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차승원과 신파로 빠져 너무 우울해지거나 연민에 빠지지 말고 끝까지 도도함을 잃지 말자고 했다. 배우들에게 연기하면서 코미디의 정서와 쿨한 감성을 꿋꿋하게 유지하도록 주문했다.

→연예계 이면의 이야기들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려졌고, 마지막회까지 악플러와 마녀 사냥 등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정은:꼭 어떤 문제점을 지적했다기보다는 주인공 캐릭터의 직업군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둘의 장애물을 극대화하다 보니 다뤄진 것이다. 우리는 스타들을 TV 속의 그림처럼 생각하는데, 구애정을 통해서 그들도 가족이 있고 열심히 살고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몰아붙인다거나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들도 이 부분에 공감을 많이 했다.

→톱스타의 구애에 매달리지 않고 쿨할 수 있는 애정이나, 자신의 모든 인기를 버리고 비호감 연예인을 사랑하는 독고나 좀 비현실적인 캐릭터인 것 같다.

-정은:모든 로맨틱 코미디는 대부분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그런 정서적 감성을 깨우고 캐릭터를 완성하는 과정이 재밌어서 밝은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초반에 남녀 주인공을 놓고 우려도 많았는데, 배우들의 연기에 만족하나.

-미란:실제로 연기했을 때 배우들의 조합이 중요한데, 두 사람의 조합이 잘 맞고 의외로 잘 어울렸다. 다소 밋밋하고 톤이 낮은 공효진의 연기는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차승원의 연기를 잡아 주고 현실감이 있도록 해 준 것 같다.

→어떻게 자매가 같은 길을 걷게 됐나. 가족끼리 동업을 하다 보면 의견 충돌도 자주 일어날 것 같은데.

-정은:각자 예능 작가를 하다가 드라마 ‘쾌걸춘향’의 대본을 같이 쓴 것을 계기로 함께 일하게 됐다. 24시간 붙어 지내면서 의견을 교환하는데, 일 문제로는 거의 다투지 않는다. 식구이기 때문에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이나 소모적인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 서로 끊임없이 상승 작용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자매라서 소모적인 싸움 없이 공동집필

→젊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원천은 무엇인가.

-미란:웃기는 짧은 대사도 정말 고통스러운 회의 속에서 탄생한다. 대본을 쓸 때는 정말 뼈와 살을 태우는 느낌으로 열심히 쓴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동지이자 가족인 서로를 의지하며 버틴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영화, 드라마, 책 등을 보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로맨틱 코미디 이외의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정은:아직 다음 작품을 정해 두지는 않았다. 우리는 주제보다 소재를 먼저 정하고 이야기 판을 벌이는 스타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반드시 로맨틱 코미디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 사이코 패스 소재에 꽂히면 범죄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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