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냉전이후 첫 스파이 맞교환

美-러 냉전이후 첫 스파이 맞교환

입력 2010-07-10 00:00
업데이트 2010-07-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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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10 대4’로… 채프먼·수티아긴 박사 포함

미국과 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각각 자국에 수감 중인 스파이 ‘맞교환’에 합의, 최근 불거진 미국 내 러시아 스파이 사건을 11일 만에 속전속결로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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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서로 분단돼 있던 독일 베를린에서 스파이를 교환하는 대신 스파이들을 유죄 판결한 뒤 사면을 통해 해외로 추방한 형식을 빌렸다. 맞교환은 중립국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뤄졌다고 미국 법무부가 밝혔다. 양국 언론들은 미국 전세기와 러시아 정부 비행기가 9일 빈 국제공항의 활주로 외곽 구역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스파이가 맞교환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비행기는 이날 오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미국 전세기는 영국에 착륙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행선지는 분명치 않다.

미국과 러시아는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 등 미국에서 활동하다 지난달 27일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 10명 전원과 러시아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정보기관을 위해 암약한 혐의로 감옥에 있는 러시아인 4명을 각각 풀어 주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은 20여년 전 베를린 장벽 붕괴, 동서냉전이 종결된 이후 처음이다.

풀려나는 러시아인 4명은 핵잠수함 기술 등 군사기밀을 미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1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이고르 수티아긴 박사, 영국을 위한 첩보활동으로 13년 형을 받은 세르게이 스크리팔, 알렉산데르 자포로즈스키, 제나디 바실렌코 등이다. 4명 가운데 3명은 러시아 군인과 정보기관원이다.

미·러 양국은 신속한 합의 이행을 위해 폴리바게닝(유죄인정조건 형량 감경)과 대통령 사면 형식을 취했다. 실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러시아 해외정보국(SVR)이 맡았다. 미국 뉴욕 법원은 이날 ‘러시아 정보원으로 활동한 죄’로 기소된 스파이 10명이 스스로 혐의를 시인하자 체포된 이후 구금된 날짜만큼만 형을 선고한 뒤 즉각적인 추방 및 재입국 금지를 명령했다. 러시아 정부도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자국민 수감자 4명을 사면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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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추방 형식으로 풀려난 러시아 스파이 10명을 태우고 뉴욕에서 출발한 전세기(왼쪽)와 미국·영국을 위해 첩보 활동을 한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됐던 스파이 4명을 태우고 모스크바에서 온 러시아 정부 비행기(오른쪽)가 9일 오스트리아 빈 공항의 활주로 외곽 지역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삼엄한 보도 통제가 이뤄진 가운데 포착됐다.   빈 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추방 형식으로 풀려난 러시아 스파이 10명을 태우고 뉴욕에서 출발한 전세기(왼쪽)와 미국·영국을 위해 첩보 활동을 한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됐던 스파이 4명을 태우고 모스크바에서 온 러시아 정부 비행기(오른쪽)가 9일 오스트리아 빈 공항의 활주로 외곽 지역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삼엄한 보도 통제가 이뤄진 가운데 포착됐다.

빈 AFP 연합뉴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국가안보와 인도주의 차원에서 신속하고 포괄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결정이 이뤄졌다.”면서 “러시아 스파이 10명을 장기 구금해서 얻을 수 있는 중차대한 국가안보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합의에 대해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양국 간 주요 현안들에서의 협력을 위해 성사시킨 정치적 거래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대(對) 러시아 관계 재설정, 핵무기 감축, 이란 핵프로그램 저지 등과 관련해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미국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때 미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러시아가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러시아 외교에서 유약하다는 공화당 측 비난을 야기할 수 있고, 법적 안정성을 해쳐가며 나쁜 전례를 남김으로써 앞으로 미국에서 불법적으로 활동하는 외국 스파이 문제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관측도 없지 않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2010-07-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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