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생태계 재앙 이미 시작됐다

멕시코만 생태계 재앙 이미 시작됐다

입력 2010-07-16 00:00
업데이트 2010-07-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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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솜 떼죽음·박테리아 급증…산소농도 저하·먹이사슬 교란

지난 4월30일 석유시추시설 폭발로 시작된 원유 유출로 미국 멕시코만에 생태계 파괴라는 최악의 재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흘러나온 원유 탓에 해양생물이 죽어가거나 오염되는 가운데 기름에 찌든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이 마구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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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회원들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 원유에 뒤덮여 죽어가는 펠리컨 사진을 들고 온 몸에 검은 기름을 바른 채 심해유전개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회원들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 원유에 뒤덮여 죽어가는 펠리컨 사진을 들고 온 몸에 검은 기름을 바른 채 심해유전개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원유가 닿은 해역 인근에서는 우렁쉥이 사촌격인 피로솜(pyrosome)이 떼죽음을 당했다.

젤리 같은 피로솜은 길이 15~20㎝의 오이 모양으로 바다거북과 참치 등의 주된 먹이다. 게다가 물고기와 거북이, 바다새의 먹이는 어린 게의 껍데기 속에서 기름방울들이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원유와 천연가스를 먹는 아주 작은 박테리아들도 급증하고 있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멕시코만 어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껏 유출된 원유량은 6억 8900만ℓ, 천연가스 3억 4000만㎥로 추산됐다.

해양학자 존 케슬러와 루이지애나주 튤레인대 데이비드 밸런타인 교수는 최근 오염해역을 조사한 결과, 해저 900여m 아래의 천연가스 농도가 정상치의 10만배 이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농도가 높아지면 가스가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될 때 산소 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해양생물이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멕시코만 오염 해역의 수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수천마리의 피로솜은 마치 ‘대량 학살’과도 같다며 원유의 유독물질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유출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미 하원 에너지·환경 소위원회 위원장인 에드 마키 민주당 의원은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해양생물이 기름에 중독된 먹이를 먹으면 해양생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앨라배마 해안에서 원유를 먹는 박테리아를 발견한 해양생물학자 롭 콘던은 “먹이사실의 맨 아래 부분 변화가 전체 먹이사실로 파급될 것”이라면서 “결국 어업도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2010-07-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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