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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중동정세 지각변동 일으키나

이집트, 중동정세 지각변동 일으키나

입력 2011-01-30 00:00
업데이트 2011-01-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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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대규모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가 이집트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이집트 사태가 앞으로 중동 정세에 어떤 파문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집트는 1979년 이슬람권 국가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등 지난 30여년간 중동지역 평화에 균형추 구실을 해왔다.

 만약 이번 사태로 장기 집권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고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그동안 유지된 중동정세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더불어 중동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국익을 지지해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우방인데 이 안전판이 요동친다는 것은 지금의 국제 지정학적 세력균형이 깨진다는 뜻이다.

 특히 이집트는 오랫동안 의회제를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성숙한 정치 경험을 갖고 있어 중동 지역의 최대 ‘정치강국’이자 문화 중심지로 통한다.그만큼 이집트의 정권 변화는 중동에 심대한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중동평화의 구심점 이집트”=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집트는 중동 정치 변화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면서 무바라크 정권이 시민혁명으로 무너질 경우 주변국에서 그와 유사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중동에서 이슬람 운동이 가장 먼저 발생했고 이 지역에서 아랍어로 된 영화와 드라마의 90% 이상이 이집트에서 만들어질 정도로 ‘문화제국’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서 교수는 단적으로 모로코에 사는 할머니가 이집트 드라마를 보고 자랐을 정도라면서 이집트에서 정변은 튀니지 사태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정부는 중동의 전반적인 정서에 역행하면서 이스라엘과 공존정책을 펴왔지만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 중동의 지정학적 세력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

 이런 변화에 직면해 이스라엘에서는 적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강박 관념에 따라 군사력을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크고,그 결과 아랍권과 갈등이 더욱 첨예화할 수 있다.

 더욱이 이집트는 미국으로부터 매년 거액의 경제,군사 원조를 받으면서 중동에서 가장 현대화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국이나 서방은 이집트의 정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만일 반정부 시위에 힘입어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급진 세력이 득세할 경우 이집트 강군(强軍)의 총부리가 향하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집트 정국 향배에 가장 민감한 촉각을 곤두세운 국가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다.이번 시위로 비교적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 대(對) 이집트 정책은 물론 중동 정책까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장 이스라엘에 비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면 양국 간 긴밀한 정보 공유와 안보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집트의 막강한 군사력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집트 상황에 노심초사하기는 미국을 위시한 서구 정부도 마찬가지다.미국은 중동 지역의 흔치 않은 동맹인 무바라크 정권과 관계를 바탕으로 중동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무바라크 체제 붕괴 후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중동평화 중재자를 잃는 시나리오를 피하려 애쓰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일단 국제사회가 중동의 평화를 바라고 있다면서 이 지역 안정의 상징과도 같은 이집트 정권 붕괴로 중동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더라도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이 들어서기보다 야권을 중심으로 완만한 정권 교체가 이뤄져 대외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없기를 기대한다는 분석이다.

 홍순남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무바라크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같은 골칫거리도 아니다”면서 “서방은 이집트가 무너지면 중동평화 환경에 구심점이 없어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이집트는 국제사회의 보호와 감시 아래 평화적 정권교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된다고 해서 급진 이슬람세력이 집권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집트 사회의 정치적,문화적 수준은 급진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포스트 무바라크’에 지나친 경계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일부에선 내놓고 있다.

 ◇주변국 ‘불똥’ 차단에 부심=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이어 이집트에서도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할 경우 이는 곧바로 중동 지역의 1인 장기집권 체제 또는 왕정체제에 심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조짐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랍에서 최빈국으로 꼽히는 예멘에서는 최근 대학생들이 수도 사나와 남부 아덴을 중심으로 32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알제리와 요르단에서는 식료품 가격 폭등과 높은 실업률에 항의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리비아에서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튀니지 사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소요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주제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회기반시설 조성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져 수십 명이 연행됐다.

 이런 가운데 30년동안 집권한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마저 반정부 시위에 밀려 권좌에서 물러난다면 중동 지역의 다른 독재자들은 더욱 큰 위기감을 느낄 전망이다.이에 따라 각국은 ‘들불’을 차단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소득세를 절반으로 줄이고 필수품 가격을 통제하는 동시에 인권운동가를 석방했다.

 사미르 리파이 요르단 총리 역시 생필품에 대해 5억5천만달러의 보조금을 긴급 배정하는 등 유화책을 통해 시위대의 불길이 번지는 것을 조기에 막으려 애쓰고 있다.

 이집트 주재 대사를 지낸 최승호 한-아랍소사이어티 사무총장은 “이집트 사태의 추이가 중동 각국에 하나의 모델로 각인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중동에서 민주화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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