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친-반정부세력 곳곳 충돌…내전 양상

리비아 친-반정부세력 곳곳 충돌…내전 양상

입력 2011-02-25 00:00
업데이트 2011-02-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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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의 친위병력이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시위대와 반정부 무장세력의 진격에 대비,수도 트리폴리에 속속 집결하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이날 반정부 시위사태 이후 두 번째로 대중연설을 하면서 이번 사태의 배후가 알-카에다라고 비난하면서 지지세력에 시위대에 대한 대응을 주문,양측 간 대결과 긴장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벵가지 등 동부 도시 상당수가 이미 반정부 시위대 수중에 들어간 가운데 트리폴리 서쪽 50㎞의 자위야와 트리폴리 동쪽 200㎞ 미수라타에서도 양측 사이에 교전이 벌어지는 등 국지적 충돌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친-반정부 세력 전열 정비,대충돌 우려=24일(현지시각) 트리폴리 거리에는 다양한 군복을 입은 민병대와 용병 등 중무장한 비정규군 수천명이 배치됐고,카다피의 용병부대 ‘이슬람 범아프리카 여단’ 2천500명도 이번 사태 이후 리비아로 불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주민들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무장 병력은 트리폴리 거리에서 주민들을 검문하며 수도를 강력히 통제하고 있고,탱크들도 지난 23일 트리폴리 시가지에 처음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동부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수도를 향하자 카다피 지지세력이 트리폴리에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AP와 AF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반 카다피 시위대와 무장세력은 이날 현재 리비아 제2도시인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 지역과 튀니지 국경 근처 주와라 등 서부 일부 지역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200km 떨어진 제3도시 미수라타도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가운데 카다피를 지지하는 무장병력과 반정부 시위대가 교전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지역에서는 정부군 소속 병사 일부가 시위대 지지를 선언하며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반정부 세력은 지역 장악 후 자체적으로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세력은 또 라스 라누프와 마스라 엘 브라가에 있는 유전과 정유시설을 장악하고 시설을 보호 중이라고 주민들이 전했다.

 앞서 카다피는 정부군과 추종세력에 가스와 원유 파이프라인,석유시설을 폭파하라고 명령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양측 국지적 충돌 현실화=수도 트리폴리를 제외한 지방에서는 카다피 친위 병력과 반정부 세력 간 국지적 충돌이 이미 곳곳에서 현실화하면서 내전 양상을 띠고 있다.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불과 50km 떨어진 자위야 지역에서는 이날 반정부 세력과 카다피 친위병력 간 교전이 발생,100여 명이 숨졌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 지역 병원의 한 의사는 리비아 군대가 대공 미사일로 자위야에 있는 이슬람사원의 첨탑을 폭격하고 이어 트리폴리의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지지 농성을 벌이고 있던 주민들을 자동 화기로 공격해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자위야는 정유시설과 석유 수출시설이 있는 지중해 연안 도시로 반정부 시위대에 장악된 도시로는 트리폴리와 가장 가까우며 카다피도 전날 반정부 시위대에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대량학살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카다피 친위 병력이 이날 트리폴리 서쪽 200㎞에 있는 미수라타를 장악한 반정부 무장조직을 공격,여러 명을 사살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현지 목격자들은 이날 카다피를 지지하는 무장병력이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미수라타의 공군기지를 공격,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수라타의 반정부 시위대가 일부 공군학교 장교들과 함께 공군기지를 장악하고 항공기들이 이륙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뒤 리비아인과 외국 용병으로 구성된 무장병력이 박격포 등을 쏘며 공격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양측에서 7명이 죽고 50여명이 다쳤다고 현지 병원 의사가 전했다.

 한편 이번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벵가지에서는 시위세력이 아프리카 용병들을 생포해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세력은 오는 25일 트리폴리에서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이려 조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친위 병력과 또 한 번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카다피,알-카에다 배후설 주장=이런 가운데 카다피 국가원수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반정부 시위 배후에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다피는 “이제 이 사안이 알-카에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자위야에 있는 당신들(시위대)은 빈-라덴 편으로 돌아섰다.그들이 당신들에게 마약을 줬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리비아는) 이집트나 튀니지와는 상황이 다르다.여기서는 권한이 국민의 손안에 있다.당신은 당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권한을 바꿀 수 있다”며 국민에게 시위대로부터 무기를 빼앗아 폭력사태를 당장 끝내라고 촉구했다.

 앞서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는 리비아의 반정부 세력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QIM은 성명을 통해 “당신들(시위대)의 싸움은 알라(신)를 사랑하는 무슬림 모두의 싸움”이라며 “우리는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힘으로 당신들을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카다피가 알-카에다의 역공 가능성에도 알-카에다를 시위의 배후세력으로 지목한 것은 급한 대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국제테러 조직을 반정부 세력과 연계시킴으로써 움츠러든 자신의 입지를 다시 세우려는 시도로 보인다.

 아울러 시위를 주도하는 반정부 세력을 강경 진압한 뒤 자신에게 다가올 비난을 무마시킬 ‘명분 쌓기용’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육.해.공 모든 수단 동원한 탈출=반정부 시위 사태가 내전으로 확전될 조짐마저 보이자 리비아에서 자국민을 탈출시키려는 각국 정부의 총력전은 이날 역시 계속됐다.

 미국은 당초 전세기를 동원해 자국민을 소개하려는 계획이 무산되자 600명 정원의 전세 페리를 동원,리비아 인근 섬나라인 몰타로 자국민들을 피신시켰고,프랑스는 공군기 3대를 트리폴리로 급파,자국민 402명을 귀국시켰다.

 한국 정부도 25일 항공기 2대를 동원,출국을 희망하는 교민 560명을 태워 출국시키고 교민 철수 장기화에 대비해 청해부대 최영함을 현지에 급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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