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리비아 사태 ‘이중전술’로 실리 챙긴다

러, 리비아 사태 ‘이중전술’로 실리 챙긴다

입력 2011-03-22 00:00
업데이트 201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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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퇴진은 찬성…서방 군사 개입은 반대”

러시아가 리비아 사태 해결 과정에서 교묘한 이중적 입장을 취함으로써 실리를 챙기는 정치.외교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수많은 자국민을 학살함으로써 대다수 여론의 신뢰를 잃고 ‘정치적 송장’으로 전락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퇴진에는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국제사회의 대(對) 리비아 군사개입에는 반대하거나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이중 전술이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카디피 제재 결의에 동참했다.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 학살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뒤이어 14일에는 유엔 결의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카다피 국가원수와 그 가족들에 대해 러시아 입국과 러시아 내에서의 금융 활동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17일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리비아 내전에서 유엔의 군사적 개입을 승인하는 안보리 결의 채택에는 기권했다. 외부 세력의 과도한 무력 개입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결의안 채택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는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이후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주도의 대 리비아 공습이 개시된 이후에는 서방의 무차별적 군사작전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유력 일간지 ‘코메르산트’의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것까지 검토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외무부의 조언을 받아들여 타협책으로 기권을 선택했다.

카다피 정권과 서방의 군사 개입에 대한 크렘린의 이같은 이중적 태도는 리비아 사태 해결 과정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개입에 거부권 대신 기권을 택함으로써 서방과의 관계를 완전히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카다피 정권을 몰아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는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리비아에 들어설 포스트 카다피 정권과의 우호관계도 노리는 일거양득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로선 자국 국영 무기수출업체 ‘로스오보론 엑스포르트’와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러시아 철도공사’ 등이 카다피 정권에서 확보한 기존 이권을 잃지 않는 것이 리비아 사태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가 앞서 리비아와 체결한 무기 공급 계약 규모는 약 2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스프롬은 리비아 내 여러 매장지에서 3천억㎥의 천연가스와 1억 1천만t의 원유에 대한 개발권을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 석유기업 ‘타트네프티’도 리비아내 4개 지역에서 원유 탐사 작업을 벌여왔다. 러시아 철도공사는 리비아 지중해 연안 항구 도시 시르트와 벵가지를 잇는 철도 건설 사업을 벌여왔다. 러시아가 외화 벌이를 위한 ‘노다지’ 리비아를 놓칠 수 없는 이유다.

러시아 일간지 베도모스티는 서방이 대 리비아전에 발목이 묶이면 러시아의 이익은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유가가 뛰면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로 쏟아져 들어올 오일달러가 더 늘어나는 것은 물론 아랍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 반전을 주장한 러시아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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