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추적 실마리 된 안부전화 한 통

빈 라덴 추적 실마리 된 안부전화 한 통

입력 2011-05-07 00:00
업데이트 2011-05-0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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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당국에 오사마 빈 라덴의 심복으로 알려진 ‘아부 아메드 알-쿠웨이티’라는 가명의 파키스탄인은 지난해 옛 친구로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어디 있었느냐. 보고 싶었다.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는 친구에게 쿠웨이티는 “전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과 다시 같이 지내고 있다”는 모호하지만 의미심장한 답변을 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마치 이 대답이 쿠웨이티가 빈 라덴의 이너서클로 돌아왔다는 의미라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빈 라덴 곁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라는 것을 안다는 듯 잠시 멈췄다가 “신의 가호를 빈다”고 답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밥 우드워드 대기자는 7일 인터넷판에서 빈 라덴의 은신처 추적에 열쇠가 된 전화 통화부터 시작해 빈 라덴 은신처에 대한 추적 및 공습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우드워드는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 정보 당국은 전화 통화 내용을 입수한 순간 10년간 지속된 빈 라덴 수색 작업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다다랐음을 인지했다”며 “이 순간이 빈 라덴 추적에 관한 영화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미국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 전화 통화와 입수된 다른 정보들을 통해 ‘빈 라덴 생포 또는 사살’이라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작전을 개시해야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쿠웨이티를 4년 이상 추적해 온 미 정보 당국은 전화 통화를 통해 쿠웨이티의 휴대전화 번호를 손에 넣게 됐고 방대한 인적, 기술적 정보원을 이용해 그를 추적한 끝에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있는 은신처를 찾아냈다.

3층짜리 건물이었던 은신처에는 전화선이나 인터넷 선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미 당국의 도청 기술로는 침투할 수 없었다.

미 당국은 쿠웨이티를 비롯해 은신처에 머문 사람들이 전화를 하거나 심지어 휴대전화 배터리를 교체할 때에도 90분간 차를 타고 집 멀리 이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은신처의 위성 이미지를 면밀히 감시한 미 정보 당국 관리들은 한 남자가 거의 매일 안뜰에 나와 1-2시간 거니는 것을 목격했지만 이 사람의 얼굴을 정확하게 볼 수는 없었다.

단지 키가 빈 라덴과 비슷하다는 추정을 했을 뿐, 이 사람이 빈 라덴이라는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결국 은신처 공습 작전을 수행하기로 결정했고, 무인기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은신처를 폭격하면 빈 라덴 사살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지상 작전을 펴기로 했다.

작전을 수행한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은 여성과 어린이의 경우 즉각 위협이 되거나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면 이들을 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빈 라덴이 분명하게 항복하면 체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 관리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들이 만장일치로 작전 수행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전 8시20분 작전 수행을 승인했고, 지난 1일 밤 백악관 상황실에서 비디오를 통해 공습 장면을 지켜봤다.

빈 라덴이 사살된 뒤 현장에서 시신이 빈 라덴의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 키가 6피트(약 183㎝)인 네이비실 대원 1명이 빈 라덴 시신 옆에 누워 키를 비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소식을 전달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보좌관들에게 “이번 작전을 위해 6천만 달러짜리 헬리콥터를 제공했는데 줄자 하나 살 돈이 없었느냐?”는 농담을 던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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