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법정서 ‘잡범’ 취급당한 국제금융계 실력자

뉴욕법정서 ‘잡범’ 취급당한 국제금융계 실력자

입력 2011-05-17 00:00
업데이트 2011-05-17 09:1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법원 “전과.도주우려 없다” 주장 불구 보석 불허

‘국제통화기금(IMF) 총수가 어쩌다 이런 굴욕을’
이미지 확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前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前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16일 뉴욕법정에 나타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62) IMF 총재는 입고 있는 검정 레인코트 속에 숨으려는 사람마냥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한 때 IMF의 총수로 각국 정부와 금융계를 쥐락펴락했고 프랑스 대권을 눈앞에 뒀던 스트로스-칸이지만, 이날 법정에서는 백발에 주름진 60대 잡범에 지나지 않았다.

법정에 들어 온 스트로스-칸은 여느 피고와 마찬가지로 홍채 인식기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쳤다.

그는 뉴욕 빈민가 뒷골목의 불량배와 약쟁이 등 잡범들과 뒤섞여 피고석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연한 푸른색 셔츠에 검은색 외투 차림의 스트로스-칸은 문신이 가득한 잡범들 사이에서 오히려 두드러져 보였다.

자리에 앉은 피고 스트로스-칸은 얼굴이 완전히 잿빛으로 질린 채 법정에 가득찬 경찰과 언론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이내 법정의 허락을 받은 사진기자와 카메라맨들이 들이닥쳐 그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스트로스-칸의 차례가 되자 검사는 “피고는 호텔 직원을 방에 데리고 들어가 성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요지의 범죄사실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검찰은 스트로스-칸이 국제적이고 막강한 영향력을 활용해 프랑스로 도주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프랑스가 미국에 범인을 인도하지 않기 때문에 송환이 불가능하다며 구속 재판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멜리사 잭슨 판사는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보석신청을 기각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성폭행으로 기소되고도 현재 프랑스에서 명사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사례도 스트로스-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변호인은 스트로스-칸이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피고가 전과가 없고 저명한 인물이라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보석금 100만달러에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지만 판사는 전혀 주저함 없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예정대로라면 그는 이 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만나 재정 위기에 몰린 나라들의 운명을 논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스트로스-칸을 기다린 것은 강도와 불량배들이 우글거리는 교도소가 됐다.

한편 스트로스-칸은 맨해튼 소재 소피텔호텔에 개인적 용무로 들렀으며 숙박비도 본인이 지불했다고 IMF 측이 이날 밝혔다.

또 방값은 당초 보도된 것과 달리 하룻밤 3천달러(328만원 상당)가 아니라 525달러(57만원 상당)로, 주변 호텔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라고 IMF는 설명했다.

윌리엄 머리 IMF 대변인은 “내가 알기로 방값은 525달러고, 호텔 숙박은 개인 일정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