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전 추가 멜트다운…냉각 불투명성 가중

日원전 추가 멜트다운…냉각 불투명성 가중

입력 2011-05-17 00:00
업데이트 2011-05-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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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방사성 물질 환경오염 심화될 듯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1호기에 이어 2호기와 3호기도 원자로 내 핵연료가 완전히 녹은 멜트다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도쿄전력이 제시한 냉각 기능의 조기 회복에 비상이 걸렸다.

냉각 기능 회복이 늦어지면 방사성 물질 유출량이 많아져 환경오염이 가중되고 원자로의 폐쇄 등 사태 수습도 지연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실태나 각종 데이터를 통해 1∼3호기의 핵연료 용융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는 바람에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3호기 최악 멜트다운 가능성 =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총괄하는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총리보좌관은 16일 회견에서 원자로 내 연료봉의 노출 시간과 관련 “1호기는 14시간 9분, 2호기는 6시간29분, 3호기는 6시간 43분으로 짧지 않아 노심의 완전용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이 지난 12일 1호기의 멜트다운 가능성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엔 원전 정보를 장악하는 총리 보좌관이 2호기와 3호기의 멜트다운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마다라메 하루키(班目春樹) 위원장도 “3월 하순 2호기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발견된 시점에서 멜트다운 가능성을 인식했다”면서 “사고의 경위를 보면 1호기와 3호기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전력도 지난 14일 이미 2호기와 3호기의 원자로 상황과 관련 “최악의 경우 1호기와 마찬가지로 상정된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2호기와 3호기의 멜트다운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아사히신문은 도쿄전력이 16일 발표한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운전일지와 그래프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호기와 3호기도 멜트다운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호기의 멜트다운이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냉각 기능이 상실되고 핵연료가 노출되면서 16시간 만에 일어난 점으로 미뤄 비슷한 상황이었던 2호기와 3호기 역시 조기에 멜트다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멜트다운으로 핵연료가 압력용기의 바닥으로 흘러내려 쌓였고, 핵연료의 열로 압력용기 바닥에 구멍이 뚫리면서 격납용기의 냉각수가 방사성 물질로 오염됐으며, 이 오염수가 밖으로 누출돼 바다로 흘러들거나 고농도 오염수로 고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냉각 정상화 로드맵 실천 불투명 = 원자로의 핵연료 용융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추정되면서 냉각 정상화를 통한 사태 수습 일정에 큰 차질이 생겼다.

도쿄전력은 원자로의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전체를 물로 수장하는 이른바 수관(水棺)작업을 추진했지만 압력용기에 구멍이 뚫려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작업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원자로 내의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한편 원자로 건물 지하와 터빈건물 등에 고여 있는 오염수를 정화해 냉각수로 재사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고농도 오염수 처리도 골칫덩이다. 원자로를 식히려고 퍼붓는 냉각수의 일부가 오염수로 유출되면서 현재 1∼4호기의 지하와 터빈 건물 등에는 9만t의 고농도 오염수가 고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말께는 20만t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노심의 멜트다운으로 방사성 물질이 뿜어져 나와 원자로 건물 내에 본격적으로 인력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점도 작업을 더디게 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달 17일 시점에서 6∼9개월 내에 냉각기능을 정상화해 방사성 물질의 비산을 막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제반 상황이 악화하면서 실천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정부와 도쿄전력은 냉각 정상화 방식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일정 자체는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로드맵을 실현 가능성보다 ‘목표’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도쿄전력 그동안 뭐했나 = 정부와 도쿄전력이 이제 와서 1∼3호기의 멜트다운을 거론하자 전문가들은 생뚱맞다는 반응이다. 사고 발생 2개월이 훨씬 지나도록 그동안 뭐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사고 발생 당시의 현장 기록과 초기 진전 상황만으로도 멜트다운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었을 텐데 이를 은폐하다가 이제 와서 슬그머니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정부와 도쿄전력이 원전 상황을 실제보다 가볍게 발표하고 이에 맞춰 대책이 만들어지면서 주민 대피나 방사성 물질에 대한 국민이나 기업의 대응이 늦어지고, 원전 근로자의 안전책 확보를 소홀히 해 지난 3월 24일 작업원 3명의 피폭사고가 일어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원자력연구소의 전 연구주간인 다나베 후미야(田邊文也)씨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호기의 경우 지진 후 발생한 검은 연기와 원자로 내의 압력 데이터 등을 조기에 분석했다면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전력은 멜트다운을 전제로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원자로 건물에서 외부로 누출됐다는 것을 조기에 상정해야 했으며,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면서 “감독.지도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보안원도 제구실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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