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연 특파원 워싱턴 저널] ‘파티맘’ 앤서니 파문 백인이라 관심?

[김상연 특파원 워싱턴 저널] ‘파티맘’ 앤서니 파문 백인이라 관심?

입력 2011-07-13 00:00
업데이트 2011-07-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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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다음 중 당신이 뉴스에서 접한 아이 이름은?

①아자 ②카이아 ③태티아나 ④브리트니 ⑤케일리

대부분 케일리를 꼽을 것이다. 케일리는 2008년 ‘파티맘’ 엄마 케이시 앤서니에게 살해된 것으로 검찰에 간주돼 미국 사회가 경악했고, 최근 무죄 평결이 나오자 다시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케일리가 죽은 그 해 워싱턴DC에서는 더욱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36세의 흑인 엄마 배니타 잭스가 자신의 딸 아자(5), 카이아(6), 태티아나(11), 브리트니(16)를 한꺼번에 살해한 것이다. 같은 친자 살해 사건이었지만,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천양지차였다. 앤서니 사건은 신문과 잡지를 도배했고 황금시간대 방송 뉴스를 장악했으며, 쟁쟁한 전문가들의 논쟁거리가 됐다.

반면 잭스 사건은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했고, 논란거리가 되지 못했다. 2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케일리를 찾기 위해 나섰지만, 4명의 흑인 소녀를 찾겠다고 나선 자원봉사자는 없었다. 구글에서 앤서니 사건은 73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잭스 사건은 2만 6000건의 조회에 그쳤다.

이유는 무엇일까. 인종과 계층적 편견 때문이 아닐까. 지난 10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디어 비평가들은 “만약 케일리가 흑인이었다면 사건은 결코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케일리와 4명의 흑인 소녀들은 프로필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케일리는 백인에 중산층이었고 화려한 디즈니월드 근처에 살았다. 반면 잭스의 딸들은 흑인에 저소득층이었으며 마약과 범죄에 둘러싸인 슬럼가에 살았다.

앤서니 사건은 법원 앞에 시민과 언론이 몰려 재판 추이에 관심을 쏟았다. 반면 잭스 사건은 재판 결과(징역 120년 선고)가 나왔을 때 일부 지역 언론만 법원을 찾았고, 중앙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7-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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