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영공’ 침범한 70대 노파 강제착륙

’오바마 영공’ 침범한 70대 노파 강제착륙

입력 2011-08-06 00:00
업데이트 2011-08-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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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0번째 생일파티 겸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위해 시카고를 방문한 지난 3일,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된 비행 제한구역 내에 경비행기가 출현, 미공군 F-16 전투기 두 대가 출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34분 오하이오 주 톨레도로부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소속 F-16 전투기 두 대가 출격했다.

시카고 북서부 교외도시 사우스배링턴에 살고 있는 머틀 로즈(75) 할머니가 몰던 ‘키트폭스 모델 2(Kitfox Model 2)’ 경비행기가 시카고 오헤어공항 인근 30마일(약 48km) 이내 상공에 설정된 비행제한구역으로 진입한 때였다.

F-16 두대는 로즈에게 접근해 신호를 보내며 회항을 유도했으나 로즈는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비행하다 강제 착륙됐다.

로즈는 “조종석 창문을 통해 F-16기 두 대를 발견하고 처음엔 조금 놀랐지만 떨리지는 않았다” 면서 “F-16기가 비행 속도를 늦추며 다가와 내 비행기를 살피길래 비행기가 귀여워서 구경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로즈가 기내에 교신기를 싣지 않은 일이다. NORAD 대변인은 “교신 응답이 없어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로즈 할머니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지난 해 남편과 사별한 로즈 할머니는 “기상 조건이 허락하는 한 매일 비행을 나간다”며 “최근 일주일간 일기가 좋지 않아 비행을 못하다가 모처럼 날씨가 화창해 혼자 비행기를 몰고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 전에는 컴퓨터로 비행제한구역을 확인하곤 하는데 가끔은 맞지 않을 때가 있다”고 불평했다.

NORAD 대변인은 “F-16기 1대를 출격시키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시간당 9천달러(약 1천만원)”라면서 “조종사가 비행제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양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군 전투기가 특별한 목적없이 경비행기를 구경하고 떠다닌다는 생각은 정말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로즈는 1960년대 중반부터 비행 경력을 쌓아왔고 5-6년 전까지만 해도 (비행기 날개 위에 몸을 묶고 선 채 하늘을 나는) ‘윙 워커(wing walker)’ 퍼포먼스에도 도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즈는 미연방항공국(FAA)의 조사를 받고 사고 경위서를 작성했다. FAA 대변인은 “조사에는 수 주가 걸릴 것”이라면서 “결과에 따라 벌금이나 비행면허 중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원임을 밝힌 로즈는 “나는 오바마를 위해 투표하지 않았다”며 “뒤늦게라도 오바마에게 생일축하 카드를 보내야겠다. 생일에는 집(워싱턴)에 머물면서 미셸이 구워주는 생일 케익이나 먹지 그랬느냐고 적어야겠다”고 비꼬았다.

그는 “NORAD에도 불만이 있다”며 “내 신상을 공개하면서 나이까지 밝힌 점”이라고 항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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