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득불균형 르완다 수준”… 중산층 무너진 ‘슈퍼파워’

“美 소득불균형 르완다 수준”… 중산층 무너진 ‘슈퍼파워’

입력 2011-09-15 00:00
업데이트 2011-09-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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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계수 0.468… 중간계층 소득 97년 수준

미국 사회의 ‘허리’로 경제를 지탱해온 중산층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 반면 빈곤층 비율은 걷잡을 수 없이 늘었고 그 사이 ‘슈퍼리치’(갑부)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미국에는 부자 또는 가난뱅이만 있다.’는 자조 어린 표현마저 나온다. 경제불황에 소득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고 고용 불안에 그나마 있던 일자리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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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의 덫에 걸려 보금자리인 집마저 빼앗길 처지에 몰린 중산층의 모습은 추락하는 ‘슈퍼파워’ 미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전체 인구의 23%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중산층으로 자리 잡은 ‘라이벌’ 중국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 인구통계국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중간 계층 가구의 지난해 연간 소득은 4만 9445달러(약 5500만원)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997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산층의 소득이 이처럼 장기간 오르지 않은 것은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로렌츠 카츠 하버드대 교수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중산층 붕괴의 신호를 보여 주는 통계는 이뿐이 아니다. 비영리단체인 ‘퓨 자선기금’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여년 전인 1979년 중산층 가정(소득분위 30~70%)에서 청소년기(14~17세)를 보낸 미국인 가운데 28%가 2006년 현재 중산층 아래로 굴러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회적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 주는 미국의 지니계수가 2009년 현재 0.468까지 치솟았다. 지니계수는 최대 1에 가까울수록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를 뜻하며 보통 0.4를 넘어서면 소득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한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보다 지니계수가 높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고 필리핀과 에콰도르, 르완다 등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미국의 뉴스 사이트 ‘허핑턴포스트’가 전했다.

중산층이 실종된 사이 부자와 빈자는 두드러지게 늘었다. 미 인구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인 2만 2314달러(약 2470만원)에 못 미치는 소득을 벌어들인 미 가구의 비율(빈곤율)이 15.1%로 전년보다 0.8% 포인트 상승했다. 1993년(15.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의 빈곤율은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59년 22.4%에 달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이어 갔으며 2000년 11.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의 소득 상위 20% 계층은 전체 부의 84%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거부 400명이 하위 50% 가정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화한 불황과 9%대의 높은 실업률, 주택·주식 가격의 붕괴 등으로 양극화가 뚜렷해지자 기업도 맞춤형 전략을 내놓고 있다. 부유층 혹은 서민층을 타깃으로 한 상품을 집중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공들여온 ‘중산층 소비자’는 찬밥 신세가 됐다.

세계 최대 소비재 생산업체인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설립 38년 만에 처음으로 서민층을 겨냥한 특가 세제를 출시했고 백화점 업체인 삭스는 부유층을 겨냥해 최고급 의류와 액세서리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츠 교수는 “우리는 미국을 ‘모든 세대가 항상 더 나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나라’로 믿어 왔지만 중산층의 사정이 1990년대보다 악화되는 상황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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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산층 소득 기준으로 봤을 때 상·하위 소득자 20%를 뺀 60%를 보통 중산층으로 잡는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 따르면 이 범위에 속하는 미국인의 연 소득은 2만 5000~10만 달러(약 2700만~1억 1000만원) 정도다.
2011-09-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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