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도 휴대전화 터진다

뉴욕 지하철도 휴대전화 터진다

입력 2011-09-28 00:00
업데이트 2011-09-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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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 역사의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마침내 휴대전화 통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약 430만 명의 뉴욕 지하철 이용객이 이 같은 기쁨을 맛보게 된 것은 미국의 보스턴,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의 지하철에서 휴대전화가 통화 서비스가 도입된 지 수년만이다.

다만 뉴욕 지하철 277개의 역사 중 맨해튼 서쪽의 6개 역에만 광케이블이 설치돼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하고 전체 역에 배선을 까는 데는 앞으로도 5년이 걸린다.

손에 달고 사는 스마트폰이 지하철 입구에만 들어서면 터지지 않아 불만인 뉴요커들에게 이런 변화는 뜨거운 소식이다.

맨해튼으로 출근하기 위해 L 노선으로 타고 가던 건설 노동자 빅터 시모니 씨는 “물론 좋은 소식”이라며 “우리가 필요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시모니의 동료 베니 조니도 “브롱크스부터 1시간이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면서 “바쁜 세상이기 때문에 작업 준비를 위해 휴대전화 통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뉴요커는 뉴욕이 첨단 통신을 향해 이제야 걸음마를 시작한다는 데 놀랍다는 반응이다.

건축가인 토마스 빈터(47)는 “나는 독일 출신인데 그곳은 매우 발전한 곳”이라며 “미국은 1세기 전과는 달리 더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다”고 비꼬았다.

빈터는 지하철 L선의 축축하고 지저분한 터널을 가리키며 “비가 오면 천장이 줄줄 샌다”고 말했다.

성가신 휴대전화 벨소리와 통화 소음을 우려하는 승객들도 있다.

뉴욕 맨해튼 전문 가십 사이트 거커닷컴(Gawker.com)이 알려주는 도움이 될 만한 에티켓은 다음과 같다.

’대화는 금물. 당신의 전화 통화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입을 다물라’, ‘통화를 해야 한다면 옆 사람과 부딪치지 않는 곳으로 피해라’, ‘소리 지른다고 통화품질이 좋아지지 않는다’ 등이다.

또다른 걱정거리는 지하철이 이제는 직장 상사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온 영화 제작인 루벤 콜라도(32)는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미 10년 전에 지하철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했다면서 당시에도 “모든 사람이 ‘직장 상사 문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회상했다.

배우인 모니카 산타나에게 ‘통화금지구역’의 종말은 기술이 삶을 지배하는 존재론적 위협으로 다가온다. 산타나는 “휴대전화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전화기를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체 지하철 구간에서 통화가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벌써 과거를 동경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콜라도는 “지하철만 타면 통신이 끊어지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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