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시위, 정치쟁점화 조짐

美 월가 시위, 정치쟁점화 조짐

입력 2011-10-07 00:00
업데이트 2011-10-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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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바이든도 공감 표시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정치 쟁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이 기업의 탐욕과 불평등을 성토하는 시위대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에서는 반 월가 시위를 강력 비판하는 등 정치권이 이번 시위를 놓고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위대가 워싱턴DC를 ‘점령’한 6일(현지시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대가 분노하는 것은 우리의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자신의 금융개혁 작업에 저항하는 금융권과 공화당을 동시에 겨냥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도 워싱턴 ‘아이디어스 포럼’에서 “이번 시위의 핵심은 미국인들이 시스템이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중산층이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피셔 댈라스 연방준비은행장도 지지의 뜻을 밝혔다.

피셔는 이날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한 기업체에서 연설을 통해 최근의 시위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며 “너무 많은 사람이 실직상태에 있고 소득의 배분이 매우 균등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몹시 좌절하고 있고 나는 그들의 절망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시위대의 집중 공격 대상인 2008년 월가 금융회사에 대한 구제금융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했던 곳이다. 시위대는 대다수의 평범한 미국 시민이 실업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동안 거대 금융회사들은 당국의 구제금융으로 막대한 수익을 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미 정부와 집권당이 이번 시위에 지지를 보내며 자신들이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정치투쟁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보수주의 유권자들이 은행과 자동차 업계에 대한 구제금융에 반발해 티파티 운동을 벌였던 것처럼 이번에는 ‘좌파 티파티 운동’으로 자라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위대는 금융권뿐 아니라 정치권에 대해서도 염증을 드러내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별로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산층을 희생시키면서 경제계를 보호하는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필라델피아와 솔트레이크시티, 로스앤젤레스, 앵커리지, 알래스카 등 미국 곳곳에서 시위대는 “정치권에서 돈을 받아내자”, “로비스트에게 줄 돈은 없다”는 피켓을 들었다.

실업자 존 펜리는 “지금으로선 조지 부시와 오바마 사이에 아무런 차이를 못 느낀다”고 지적했다. 상점 주인인 토린 카리스토도 “오바마는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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