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내주고 디폴트 막아 명예는 지켜… 그리스 총리 ‘국민투표 백지화’의 득실

정권 내주고 디폴트 막아 명예는 지켜… 그리스 총리 ‘국민투표 백지화’의 득실

입력 2011-11-05 00:00
업데이트 2011-11-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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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3일(현지시간) 제1야당인 신민당이 2차 구제 금융안에 동의한다면 국민투표는 필요없다며 사실상 국민투표를 철회했다. 국민투표 카드를 던진 지 사흘 만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투표를 철회하는 대신 신민당과의 공동정부 구성과 구제금융안 지지 협상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

●기습 제안에 2차 구제안 반대하던 야당 첫 지지

국민투표 철회와 야당의 2차 구제금융안 지지 선회로 일단 그리스 등 유럽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번 국민투표 사태로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입지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집권 사회당 일부 의원들까지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 대열에 합류하면서 단독 과반 의석 정당 대표라는 정치력도 위태로워졌다. 제1야당과 공동 정부 구성과 조기 총선에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총리직을 내주게 됐다.

하지만 이번 일로 잃기만 한 건 아니다. 그동안 사사건건 2차 구제금융안에 반대해 왔던 야당의 지지를 처음으로 이끌어냄으로써 그리스를 당장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부터 구해낼 수 있게 됐다. 야당뿐 아니라 사회당 내부의 지지를 통해 재신임을 얻을 가능성이 커짐으로써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됐다고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은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총리가 4일 투표에서 사회당의 전폭적인 지지로 재신임될 경우 사회당을 위해 물러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용퇴” 거론해 되레 재신임될 듯… 명예퇴장 가능

앞서 파판드레우 총리는 3일 국민투표 철회 용의를 발표하면서 “총리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판드레우 총리와 정부는 혹독한 긴축재정으로 국민 여론이 싸늘해져 내년에 예정대로 총선을 치르더라도 정권 재창출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한 정치 분석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파와 미디어가 정부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들에게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유로존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동시에 역으로 유로존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앞으로 그리스는 정치 혼란 가중될 듯

관심은 앞으로 그리스의 향배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밝힌 대로 야당인 신민당과 연정을 구성하거나 조기 총선을 통해 신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꼬인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 오히려 정권 교체로 인한 정치적 혼란만 길어질 뿐이란 전망이 많다.

사회당 정권과 차별화되는 대안을 갖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신민당은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집권하면서 방만한 국정 운영으로 그리스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파판드레우 총리와 사마라스 당수가 대화를 통해 정치권 내부의 합의를 이뤄낸다 해도 가혹한 긴축과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노동계를 포함한 국민 대다수의 동의를 얻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1-11-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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