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지 많아 희생자 늘 듯…러시아-우크라 가스회사 책임 공방
유럽에서 기록적인 한파로 인한 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상당수 국가가 의존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공급마저 줄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유럽에서는 2일(현지시간)까지 일주일째 이어진 맹추위로 163명이 숨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혹한과 폭설에 고립된 마을이 증가하고 있어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저 기온이 섭씨 영하 33도까지 떨어진 우크라이나에서는 최근 6일간 63명이 목숨을 잃었고 폴란드에서도 29명이 사망했다.
또 루마니아 22명, 불가리아 10명, 라트비아 10명 등 유럽 각국에서 강추위로 인한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세르비아에서는 1만1천명 이상의 주민이 눈보라에 갇혀 고립됐고 남서부 이바니차에서는 굶주린 늑대들이 주택가까지 내려오는가 하면 학생들이 말을 타고 등교하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계속되는 한파로 유럽 전역의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국가들은 가스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오스트리아 국경을 경유해 이탈리아로 공급되는 러시아산 가스가 최근 10%가량 줄었고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도 공급량이 각각 7%,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국영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유럽에 할애할 수 있는 만큼의 가스를 충분히 보냈다며 뜻밖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가스를 수출하는 이 회사는 가스 공급 감소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가스프롬 관계자는 “우리는 유럽과 러시아에 한파가 몰아친 올겨울 가스를 최대치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예년에 600억㎥의 가스를 사용했던 우크라이나가 현재 계약분을 크게 웃도는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할당된 만큼의 가스만 사용하고 있다며 러시아 측 주장을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국영가스회사 나프토가스는 반박 성명을 통해 어떤 계약 위반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유럽 각국과 국내 소비자에 대한 가스공급 일정을 지킬 것을 약속했다.
러시아 가스프롬은 2009년에도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 물량을 늘리면서 가스관이 관통하는 국가가 돈을 지불하지 않고 가스를 빼내 사용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EU 집행위는 최근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 감소가 기록적인 한파 때문에 지하의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데 제한을 받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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