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드 ‘사표 쿠데타’ vs 길라드 ‘신임투표’

러드 ‘사표 쿠데타’ vs 길라드 ‘신임투표’

입력 2012-02-24 00:00
수정 2012-02-2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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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대표직 암투 본격화… 길라드 “패배땐 선거 불출마”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케빈 러드 외무장관의 ‘사표 쿠데타’에 신임투표라는 정면승부로 맞섰다.

2006년 총선에서 러드가 이끄는 노동당이 승리하며 첫 여성 부총리이자 교육장관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길라드. 하지만 2010년 길라드가 총리직에 오르자 두 사람은 집권 노동당 대표직을 놓고 암투를 벌여 왔다.

러드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수면 위로 드러난 전·현직 총리의 권력투쟁 드라마에 대해 노동당의 한 의원은 “추하고 지저분한 이혼”이라고 일갈했다. 이번 사태로 내년에 치러질 호주 총선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길라드 총리는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집권 노동당 대표직을 걸고 오는 27일 오전 10시 연방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집권당 대표는 자동적으로 총리직에 오르기 때문에 이번 투표로 총리가 교체될 수도 있다. 길라드 총리는 “이번 투표에서 지면 일선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향후 선거 출마도 포기하겠다. 러드 장관도 마찬가지”라면서 승리를 자신했다.

러드 장관이 미국 출장 도중 “신임 없는 길라드와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사표를 던진 지 수시간 만이다. 그는 워싱턴을 떠나기 직전 기자들에게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들은 내가 내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토니 애봇(야당 대표) 정권으로부터 호주를 구해낼 최상의 후보로 여기고 있다.”며 재집권 뜻을 드러냈다.

두 사람 사이에 앙금이 쌓인 것은 2010년부터다. 러드 당시 총리가 광산업체 개발이익에 대해 40% 자원세 부과를 추진하다 역풍을 맞자 노동당 2인자이자 부총리였던 길라드는 그를 총리와 당 대표에서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길라드 총리가 신임투표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은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노동당 내에서 러드는 국민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길라드 총리는 막강한 당내 지지세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노동당 출신 장관들은 러드의 주도권 싸움을 맹비난하고 있다. 밥 브라운 녹색당 당수도 “길라드 총리가 신임 투표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드 전 장관의 세도 만만치 않다. 이날 마틴 퍼거슨 자원·에너지·관광장관은 내각에서 처음으로 러드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러드 지지세력들은 의원 102명 가운데 이미 40명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승리에 필요한 12표도 추가로 획득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취임 이후 최악의 지지율에 직면한 길라드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승리로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러드에게는 기회다. 길라드 총리가 2010년 러드 당시 총리를 몰아내기 2주전 이미 ‘승리 연설’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지난주 호주 언론을 뒤덮으면서 길라드 총리의 지지율은 36%로 추락했다. 야당 애봇 대표(40%)에게도 뒤처졌다.

러드 부인 테레스 레인의 치맛바람도 거세다. 그녀는 유권자들에게 지역 노동당 의원들과 접촉해 러드를 당 대표로 뽑아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2-0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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