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키아서 지난주 10억유로 빠져”…스페인 정부 “사실 아니다”
그리스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스페인 등으로 확산하는 조짐이 완연하다.소식통들은 17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가 부분 국유화한 방키아에서 지난주 10억 유로가 넘는 예금이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현지 신문은 엘 문도는 정부의 부분 국유화 조치 이후에 방키아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규모가 이 은행의 올해 1분기 전체 인출액과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부인했지만 무디스가 스페인 주요은행에 대해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조정 결정을 발표하면서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무디스는 이날 유로존 최대 은행으로 꼽히는 산탄데르를 포함한 16개 스페인 은행에 대해 신용 등급을 1-3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3단계 떨어진 은행이 산탄데르를 포함해 9개에 달했으며 신용등급이 강등된 은행 가운데 7개는 추가 강등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스페인 은행의 등급 강등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됐지만 방키아 뱅크런설까지 가세하면서 뱅크런 소문에 휩싸인 방키아가 한때 27% 폭락하는 등 금융주의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스페인 금융권은 지난 2008년 부동산시장 붕괴 이후 관련 부실채권 급증으로 휘청거리고 있으며 스페인 경제가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침체상태로 빠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권 정상화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페인도 결국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도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스페인이 취약한 금융권으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암울한 분석도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경제전문가인 스피로 수버린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는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정부가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라호이 총리의 금융권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스페인 경제 전체에 대한 시장 정서가 하루하루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토머스 밀러 인베스트먼트의 수석투자책임자인 존 버어먼은 현재 주요 이슈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아니라 그리스의 이탈이 가져올 도미노효과라는 말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설명했다.
그리스의 뱅크런도 계속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은행 소식통은 지난 14일 하루에만 그리스 은행에서 7억 유로 이상이 빠져나간 데 이어 15일에도 뱅크런이 전날과 같은 기세로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IG 마켓 프랑스의 아르노 푸티에 부대표는 “그리스 은행 시스템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면서 “최악의 상황인 뱅크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유로존의 예금 인출이 이미 2년 여전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지난 2010년 이후 전체 예금의 30%가량에 해당하는 720억 유로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스 5대 은행에서만도 지난해 370억 유로가 인출됐다.
이는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당시 재무장관이 밝힌 “160억 유로만 (인출돼) 해외로 나갔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그는 국외 유출분의 3분의 1이 영국으로 갔다고 당시 설명했다.
유럽의 상장 120여 개 은행의 자료를 분석한 바로는 지난해 특히 뱅크런이 심각했다.
벨기에는 정부가 구제해 구조조정한 덱시아를 비롯한 2개 은행에서만 1천200억 유로 이상이 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크레디트 아그리콜과 BNP 파리바에서 빠진 300억 유로를 포함해 지난해 900억 유로가 인출된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은행이 지난해 과다한 그리스 채권과 유동성 부족으로 특히 어려움을 겪었음을 상기시켰다.
이탈리아 은행도 흔들리면서 지난해 300억 유로가 인출된 것으로 지적됐다.
이렇게 유로존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영국에 특히 많이 들어가 4대 은행에만 1천400억 유로 이상이 예치됐다.
아시아 비즈니스 비중이 큰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에 특히 많이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영국 바클레이스, 독일 도이체방크, 스위스 크레디트 스위스와 UBS, 러시아 스베르방크 및 VTB에도 많은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스페인은 17일 단기채를 발행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과 4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는데 4년 물의 경우 금리가 5.106%에 달했다.
이는 이전의 3.374%에서 크게 뛴 것이다. 그만큼 국채 시세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전날 스페인이 재정 감축을 게을리하면 금융시장에서 차입을 차단당하거나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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