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공중 대결’일전불사’ 분위기 확산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의 파고가 다시 높아졌다.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취임을 계기로 중일 사이에 잠시 조성된 ‘탐색기’가 끝나고 강경 대치 국면으로 회귀한 것이다.
중일 양국이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치킨 게임’ 모드에 들어간 형국이 확연하다.
특히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가 이끌던 민주당 정권 시절과 비교할 때 긴장의 강도가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에서 양국 간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
작년 9월 노다 정권의 국유화 조치로 촉발된 센카쿠 갈등은 최근 선박 간 해상 대치 국면에서 선박과 항공기가 뒤섞인 입체 대치 국면으로 비화됐다.
일본은 센카쿠 영유권 분쟁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중국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국제 사회에서 영토 갈등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도발’ 강도를 계속 높여가면서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의 센카쿠 실효 지배를 무력화하는 행동을 잇따라 감행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대화 불가 입장을 뒤흔들기 위한 것이다.
이런 배경하에서 중국은 아베 정권 출범과 동시에 공중으로 ‘전장’을 넓혔다.
중국은 프로펠러기인 윈(運)-12(Y-12)를 고쳐 만든 해양감시 항공기를 지난달 13일 센카쿠 상공에 처음 들여보냈다.
이는 아베 정권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는 성격이 강했다. 예상대로 총선 기간 물러섬 없는 센카쿠 대응을 공약했던 아베 정권은 강공을 취했다.
일본은 최첨단 전투기 F-15를 긴급 출격시켜 비무장 프로펠러기인 Y-12를 쫓아냈다.
이후 양국이 경쟁이라도 하듯 추가 대응에 나서면서 동중국해의 긴장도는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중국의 주력 전투기인 젠(殲)-10(J-10)과 일본 F-15가 동중국해 상공에서 원거리 대치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장외 무력시위도 잇따랐다. 중국의 전략 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은 최근 미사일 10여발을 한 목표물을 향해 동시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일본 육군 자위대 공수부대는 13일 적에게 기습당한 섬을 탈환하는 훈련으로 대응했다.
외교가에서는 이처럼 긴장이 반복적으로 고조된다면 센카쿠 무력 충돌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퍼지고 있다.
비무장 선박 간 대치와 달리 정규 항공 전력 간 대결은 순간의 판단 실수에 따라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심각한 문제는 중일 양국 사이에 센카쿠 문제를 풀기 위한 이렇다할 접점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센카쿠 문제가 중국과 담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중국이 일본을 협상장으로 끌고 나오려는 ‘위험한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롼쭝저(阮宗澤) 부소장은 신경보(新京報)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점점 더 군사적 힘에 의존하려는 것을 우려한다”며 “이는 상당히 위험한 사태 변화 추세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롼 부조상은 “일본도 마지노선을 갖고 있을 것이고 중국 또한 기회를 보고 움직일 것”이라고 말해 양국 간 군사 충돌의 가능성은 여전히 낮게 점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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