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맞는 미국 흑인대학, 개교이래 최대위기

오바마 맞는 미국 흑인대학, 개교이래 최대위기

입력 2013-05-05 00:00
업데이트 2013-05-0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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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흑인 대학인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 칼리지가 오는 1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단에 서는 졸업식을 앞두고 잇단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바마를 향한 총장의 과잉충성 시비 속에서 경호 문제까지 겹치면서 개교 이래 첫 현직 대통령의 졸업식 연설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모어하우스의 위기는 지난달 14일 필라델피아트리뷴에 실린 케빈 존슨 목사의 칼럼이 발단이 됐다.

모어하우스 동문인 존슨 목사는 이 칼럼에서 오바마 정부 들어 흑인이 인사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전임자들 때보다 흑인 각료 수가 매우 실망스러울 정도로 적은 수준이라면서 오바마는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지만 이는 흑인에겐 예외”라고 비난했다.

칼럼이 나간 다음 날 존슨 목사는 모어하우스의 존 윌슨 총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졸업식 전날 열리는 졸업축하 예배 연사로 존슨 외에 두 명의 동문을 더 초청하겠다는 말이었다. 초청 취소와 다름없는 총장의 일방적 태도에 반발하던 존슨은 결국 졸업예배에 가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윌슨 총장은 오바마 집권 1기 때 백악관 흑인대학육성위원회를 이끈 오바마의 측근이다.

오바마와 관련된 두 사람의 갈등은 곧 모어하우스 동문들에게 알려졌고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USA투데이 등 유력 언론들이 이를 흑인사회 내부의 언론탄압 사례로 부각시키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윌슨 총장은 예배 연사의 추가 초청이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삶의 지혜를 전하려 한 의도였다며 언론 탄압 주장을 일축했으나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다른 두 명의 연사도 뒤늦게 사정을 알고 초청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런 와중에 지난 1일 캠퍼스 성폭행 사건이 터져 대학 당국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농구부 학생 3명이 여학생을 납치해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것. 지난 2월 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농구경기 중에 발생한 총격전을 계기로 교내 치안이 강화된 상황에서 이 사건이 터진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대학 측은 성폭행 사건으로 오바마의 졸업식 불참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문제로 백악관과 연락한 적이 없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모어하우스는 1867년 개교한 이래 흑인 민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미국영화의 거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 영화배우 새뮤얼 잭슨, 육상스타 에드윈 모지스 등 수많은 유명인사를 배출했다.

동문회 측은 오바마의 졸업식 참석이 오히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계기가 돼선 안된다며 위기극복에 힘을 모으자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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