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서머스, 美연준 의장 후보 자진 포기

‘사면초가’ 서머스, 美연준 의장 후보 자진 포기

입력 2013-09-16 00:00
수정 2013-09-1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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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총애로 거의 낙점…정치권·여성계·학계 뭇매에 낙마

로런스(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15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직 후보 지명 포기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인물로 후보 지명이 유력했지만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금융권 등으로 반발이 확산하면서 지명도 되기 전에 자질과 카리스마에 큰 상처를 입어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미국 중앙은행을 이끌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의회 인준을 위해 압도적 지지를 얻어야 하는 민주당 상원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진 게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결국 지명을 접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머스 전 장관은 오바마 1기 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을 맡아 최악의 금융위기 탈출이라는 역점 과제를 풀어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오바마 경제 정책의 ‘구원투수’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실제로 그는 경기부양책을 직접 작성하고 곤경에 처한 주택소유자들을 돕는 계획을 짰으며, 특히 자동차업계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을 끌어내면서 경제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그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금융산업 규제 완화에 앞장섬으로써 금융위기 발생에 중대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또 하버드대 총장 시절 여성이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과학과 수학을 못한다는 발언을 해 교수단의 불신임으로 조기 퇴진하는 불명예를 당하는 등 잇단 구설에 오른 것은 물론 독불장군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도 각계의 반감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이런 ‘불미스러운’ 전력으로 인해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 초기 경기부양에 필요한 입법을 주도했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금융권과의 유착관계를 문제 삼아 반발 기류가 형성되는 등 ‘사면초가’에 빠지는 신세가 됐다.

급기야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경제학자 350명은 최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서머스는 안 된다”면서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 카드’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국 스스로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정치권 안팎의 저항에 밀린 셈이 됐다.

특히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올초 수전 라이스 당시 유엔 주재 대사를 국무장관에 거의 낙점했다가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반발로 인해 지명을 포기한 것과 비슷한 사례라고 현지 언론들은 논평했다.

서머스 전 장관의 지명 포기에 따라 일단 그의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된 옐런 부의장이 벤 버냉키 의장을 이을 가장 강력한 후보로 부상할 전망이다.

백악관은 티머스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과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 로저 퍼거슨 전 교원공제회의 회장 등 여러 후보가 있다고 밝혔지만 가이트너 전 장관은 스스로 “의장직에 관심 없다”고 밝힌 바 있고 나머지 둘은 비교적 ‘약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한편 서머스 전 장관이 연준 의장 후보에서 자진해서 사퇴하겠다고 밝히자 국제 금융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유로화와 호주 달러 등은 급등했다. 미국 금융시장은 일요일 오후여서 지표상 반응을 확인할 수 없지만, 그동안 서머스 전 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도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그동안 서머스 전 장관이 연준 의장이 되면 옐런 부의장이 되는 경우보다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이른바 출구 전략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그가 최근 세계 투자자·분석가·트레이더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장관이 버냉키 의장보다 부양책을 덜 쓸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35%였다. 서머스 전 장관이 버냉키 의장보다 더 완화한 정책을 쓸 것이라는 답변은 13%,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반응은 22%였다.

시장이 부정적이었던 서머스 전 장관이 연준의 차기 의장 후보군에서 빠짐에 따라 연준의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 전망은 약간 사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머스 전 장관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옐런 부의장이 차기 의장에 오르면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연준은 오는 17일과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열어 양적완화 축소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 달부터 월 850억달러인 채권 매입을 줄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축소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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