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영변 재가동은 비핵화 진정성 없다는 징표”

힐 “北 영변 재가동은 비핵화 진정성 없다는 징표”

입력 2013-09-21 00:00
수정 2013-09-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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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60자든 중요치 않아…북한 핵포기 의지가 전제돼야””대북 군사옵션은 누구도 수용못해…적절한 협상 진행돼야””북한이 핵무기 보유할 거라 말하는 것은 굴복 의미”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 의혹에 대해 “이것은 생태계의 재앙이자 현 시점에서 비핵화의 진정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힐 전 차관보는 이날 9·19 공동성명 8주년을 맞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할 수 있도록 분명히 보수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힐 전 차관보는 2007년 10·3 합의를 통해 북한이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고 가동중단 절차를 밟도록 유도한 미국측 협상대표였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4월초 영변 원자의 재가동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한 이후 복구작업에 들어가 8월말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힐 전차관보는 이어 북핵 해법과 관련해 “앞으로 적절한 형태로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협상의 기본전제는 북한이 반드시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협상을 통해 풀겠다는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북핵 협상은 6자회담이든, 60자 회담이든 관계없다”며 “문제의 본질은 형식이 아니며 북한에게 진정성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힐 전 차관보의 일문일답.

--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할 지가 궁금하다. 워싱턴 내에서도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전력을 보면 협상이 북한의 핵 야망을 바로잡는데 성공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협상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협상이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만일 그들이 일종의 군사적 옵션을 제안한다면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적절한 형태로 관련국들의 지원 하에 협상이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 그렇지만 북한과의 협상 자체가 의미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 협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통상 강경론자들인데, 이들은 대결구도로 가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는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다.

협상은 더이상 의미가 없으며 북한이 결국 핵무기를 가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북한에게 굴복하는 것이다. 북한이 오히려 대담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역설적이게도 강경론자들은 북한의 입장을 들어주는 셈이 된다.

-- 만일 앞으로 북한과 협상을 재개한다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 앞으로의 협상은 북한이 핵포기를 수용한다는 분명한 전제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참가국들의 강력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끝내야 하겠다는 중국의 강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다시말해 협상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참가국들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 북핵 협상의 틀로 기존 6자회담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다른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느냐.

▲문제의 본질은 형식이 아니다. 문제는 북한에게 진정성이 있느냐이다. 그것이 6자 회담이든, 60자 회담이든 관계없다.

-- 중국이 지금 6자회담을 재개하려고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단순히 6자회담을 재개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반드시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합의의 기초 위에서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 일각에서는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 앞으로의 협상에 있어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역설적이게도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강경론자들은 북한이 ‘결국에 가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도록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 북한의 대외행보가 혼란스럽다. 최근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유화공세를 펴는 한편으로,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는 의혹이 대두되고 있는데.

▲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할 수 있도록 분명히 보수했다. 이것은 생태계의 재앙이며 북한이 현시점에서 비핵화의 진정성이 없다는 징표라고 생각한다. 비핵화의 진정성을 갖는 것과 유화공세를 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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