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부·IMF·ECB·연준 등 정치권 협상 교착에 우려 표명
미국 정치권의 대립 구도로 국가 부채 한도 재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미국 재무부는 3일(현지시간) 디폴트 사태에 빠지면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달 17일이면 국고의 현금이 바닥나기 때문에 그전에 현행 16조7천억달러의 채무 한도를 상향조정하지 않으면 국가 부도 사태를 맞게 된다.
재무부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디폴트가 초래할 대재앙으로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리세션(경기후퇴) 시기였던 2008∼2009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재무부는 “부채 한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디폴트로 이어지면 단지 금융 시장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소비 지출, 경기 회복, 경제 성장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 대출 시장은 얼어붙고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는 동시에 미국의 금리가 치솟을 것이다. 부정적 스필오버(spillover) 효과가 전 세계로 파급되고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필오버 효과는 한 영역에서 일어난 경제 현상이나 한 국가에서 취한 경제 정책이 다른 영역이나 국가로 전이되는 것이다.
미국 의회의 2014회계연도 잠정 예산안 처리 실패로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사흘째를 맞으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정치권 협상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을 상대로 잠정 예산안 처리를 거듭 압박하고 있으나 공화당 강경파는 정부 부채 한도 증액 협상 거부 카드까지 내걸면서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제이컵(잭) 루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2년 전에도 그랬듯이 미국 정부의 지불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미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으며 부채 상한 증액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는 것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자해 행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권이 2011년에도 국가 부채 한도 재조정에 난항을 겪어 국제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사상 최초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깎아내린 것을 말하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미국이 부채 한도를 올리는 데 실패하면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한 연설을 통해 “국가 재정 문제가 큰 과제가 된 상황에서 예산과 부채 한도 문제에 관한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도움이 될 게 없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정부의 셧다운도 좋지 않지만 부채 한도 증액에 실패한다면 훨씬 더 상황이 나빠지고 이는 미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매우 중대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샌디에이고에서 한 연설에서 정치권의 무능을 꼬집었다.
그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부와 의회가 과연 이 나라를 이끌 능력이 있느냐는 불신이 커지고 있고 미국 경제와 달러에 대한 대외 신뢰도는 약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크리스티안 노예르 유럽중앙은행(ECB) 이사 등도 TV 방송 등에 출연해 “디폴트는 감히 일어나리라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