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재소장, 미국서 ‘아베의 일본’ 꾸짖다

박한철 헌재소장, 미국서 ‘아베의 일본’ 꾸짖다

입력 2013-10-30 00:00
수정 2013-10-3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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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의 과거사를 부정하며 우경화로 치닫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본 정부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29일 오후 5시(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행한 특강에서다.

우리나라 헌재의 수장이 하버드 로스쿨에서 강연한 것은 박 소장이 처음이다.

박 소장은 ‘여성 인권 침해 회복을 위한 국가의 의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공식 인정한 ‘고노 담화’를 내놓은 지 20년이 지나도록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본의 아베 정부가 여러 가지 역사적 증거로 확인된 사실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는가 하면 고노담화를 수정하자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소장은 이날 강연을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간 청구권 협정의 해석상 분쟁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한 2011년 헌재 결정의 배경과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당시 헌재는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일본 정부에 대한 배상청구권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소멸됐는지를 둘러싼 분쟁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취하지 않는 것)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 결정 이후 한국 외교부는 일본 측에 ‘분쟁 해결을 위한 양자 협의’를 갖자는 외교문서를 2차례 보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측의 실질적인 답은 없는 상태라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 소장은 위안부 배상 문제가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에는 전혀 논의되지 못했고 1990년대 들어 위안부 피해자들이 공개 기자회견을 하면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음을 상기시켰다.

박 소장은 위안부 강제동원을 증명하는 역사적 사실과 위안부 문제가 국가에 의한 여성인권의 중대한 침해이며 일본의 사죄와 기록공개, 배상 등을 요구한 유엔과 세계 각국 의회 등 국제사회의 조치들도 일일이 소개했다.

또 과거사를 부정하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는 일본과 달리 독일은 2차대전 당시 나치 정권이 자행한 인권침해를 사죄하고 금전적인 배상을 하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독일은 1960년 프랑스와의 포괄보상협정으로 피해자에 대한 모든 청구권이 완결됐음에도 프랑스가 국내 사정의 변경을 이유로 추가보상을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1968년 유엔결의 제2391호는 전쟁범죄 및 인도에 반한 죄의 경우 시효가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국제법상 책임은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생존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가 56명에 불과하고 모두 고령이라며 그것이 바로 일본의 신속한 피해 배상과 진솔한 사죄가 요구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박 소장은 “지금도 계속되는 국제 인권 이슈에 대해 오늘 의견을 나눴다”며 “세계의 지도자가 될 여러분 모두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박 소장의 특강은 지난 5월 헌재를 방문한 마사 미노우 하버드 로스쿨 학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날 강연에는 로스쿨 교수와 학생 등 50여명이 참석해 행정부의 행위에 대한 헌법재판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를 묻는 등 미국에는 없는 헌재의 역할과 선고의 효력 등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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