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꺾고 불지르고’…불법추심 폭력에 몸살앓는 러시아

‘손가락 꺾고 불지르고’…불법추심 폭력에 몸살앓는 러시아

입력 2016-04-30 19:47
수정 2016-04-3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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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서방제재로 돈줄 마른 서민들, 700%대 고리대금에 의존러 정부·의회, 뒤늦게 대책마련 착수…추심 불법화 논의

“벌거벗겨 성희롱하고, 집에 불을 지르고, 경고의 뜻으로 여성의 새끼손가락을 부러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러시아 고리대금업체들의 불법추심 행위가 흉포화되다 못해 갱단을 방불케 할 지경이라고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에서는 이른바 ‘소액금융’(micro finance) 업체에서 사채 수준의 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천문학적 금리다.

러시아 개인신용정보 전문업체인 연합신용평가(UCB)에 따르면 이런 업체들은 평균 125달러를 하루 2%의 이자로 빌려주고 있다. 연리로 따지면 730%의 천문학적 고금리다.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에게는 무자비한 추심이 이뤄진다.

노보시비르스크주(州) 동부 이스키팀의 페인트공인 나탈리아 고르브노바(38)는 2014년 남편이 궤양으로 입원하면서 75달러를 빌렸다.

지난달 30일 검은 두건을 쓴 괴한 네 명이 나탈리아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75달러는 3천600 달러까지 불어난 상태였다.

괴한들은 나탈리아와 남편, 아들의 머리에 주머니를 씌운 뒤 폭행했을 뿐 아니라 나탈리아의 옷을 벗기고 성희롱했다.

이 밖에도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거나, 집에 인화물질을 던져넣어 젖먹이가 중화상을 입는 등 심각한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물리적 폭력이 동원되지 않는 추심행위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하루 150차례씩 전화를 걸고, 본인 외에 가족과 친지는 물론 사업상 관계자들까지 가리지 않고 괴롭히는 경우가 일반적인 데다, 집에 페인트 스프레이를 뿌리고 창문을 깨뜨리는 등 전방위적 압박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여성 채무자의 사진과 전화번호를 성매매 전단에 넣어 뿌리거나, 채무자의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에 폭파 협박 전화를 걸어 긴급대피 소동을 일으키는 추심업자들도 있다.

견디다 못한 채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피해자들은 과도한 금리가 불법이란 점을 모르는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서민이 대다수라고 한다.

한때 추심업체에 몸담았던 소비자 운동가 다닐라 미할리시체프는 “이런 경우는 대체로 소액 사건인데, 법적 절차를 밟기보다 겁을 줘서 받아내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러시아 정부와 의회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리 차이카 러시아 검찰총장은 수년간 2만1천 건의 관련 민원이 제기됐지만, 이중 수사된 사건은 손에 꼽을 지경이라며 법적 대응 실패를 자인했다. 러시아 의회는 이달부터 추심업체 금지 법안을 논의 중이다.

저유가 추세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에서는 2년째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1∼10월 러시아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9.2% 줄었고, 시중은행은 돈줄을 조이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발생한 개인 채무 미변제액은 150억 달러로 전년도보다 50% 급증했다. 3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자의 수는 지난해 3월 600만 명에서 현재 750만 명으로 25%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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