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기간 10명의 美 대통령과 대립각…637회 암살 공모에도 생존
쿠바의 공산주의 혁명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오는 13일(현지시간) 90세 생일을 맞는다고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 등 관영 매체가 12일 전했다.쿠바 정부는 카스트로 전 의장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 전시회, 포럼, 음악회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13일 공식 축하 행사를 열 계획이다.
관영통신 프렌사 라티나, 관영 온라인 매체 쿠바 디베이트 등은 카스트로 전 의장의 90세 생일에 앞두고 유년시절, 혁명 활동 등 쿠바 공산주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그의 일생을 조명하고 각종 기념행사와 기고문을 소개했다.
1926년 스페인 출신 이주민인 앙헬 카스트로 아시스라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카스트로 전 의장은 1959년부터 2008년까지 반세기 가까이 쿠바의 최고 정치지도자로 군림했다.
1953년 젊은 변호사였던 카스트로 전 의장은 당시 쿠바의 독재자로 쿠바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에 동조하는 풀헨시오 바티스타 정권을 타도하려고 몬카다 병영을 습격했으나 실패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년 뒤인 1955년 특사로 석방되자 멕시코로 건너간 뒤 쿠바 정권을 공격할 조직을 건설하고 1959년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는 1959년부터 1976년까지 쿠바의 총리를 지내고 1965년 쿠바 공산당 제1서기에 올랐다. 1976년부터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맡았다. 건강 문제로 2006년 친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의장직을 넘기고 2008년 2월 공식 직위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쿠바의 최고 지도자로 재임하는 동안 10명의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미주 대륙의 유일한 공산주의 국가를 이끌었다.
신화통신은 최근 그가 47년간 권좌에 있던 카스트로 전 의장은 637회의 암살 공모와 164회의 실제 암살 시도를 딛고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쿠바가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한 뒤 구소련과 동맹관계를 맺은 1960년 이후 8차례에 걸쳐 카스트로 전 의장에 대한 암살을 기획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올림픽에 암살에서 살아남기 종목이 있다면 내가 금메달을 땄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카스트로 전 의장도 인간이면 피할 수 없는 고령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지난 4월 제7차 공산당 전당대회 폐회식에 참석 “나는 곧 90세가 되며 다른 이들과 같아질 것이다. 누구에게나 차례가 온다”며 죽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카스트로는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간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다가 지난 4월 초 아바나의 한 학교를 방문한 모습이 쿠바 TV에 방영됐다.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 직후에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미국의 선물은 필요 없다”는 글을 기고해 현안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2번 결혼하고 3명의 여성과 함께 슬하에 7명의 자녀를 뒀다.
AFP통신은 카스트로 전 의장의 6가지 측면을 집중적으로 재조명하며 그를 ‘생존자’, ‘바람둥이’, ‘(미국의) 적’, ‘패배자’, ‘혁명의 상징’, ‘신화적 존재’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