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히틀러식 학살’ 역풍…이스라엘·독일 ‘발끈’

필리핀 두테르테 ‘히틀러식 학살’ 역풍…이스라엘·독일 ‘발끈’

입력 2016-10-02 13:03
수정 2016-10-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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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유혈전쟁에 필리핀 경제·군사원조 제한 목소리…서방·필리핀 냉기류 확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독일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비유했다가 국제사회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정당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처형에 제동을 걸기 위해 경제 원조 제한을 검토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서방 국가들과 필리핀 간의 냉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2일 필리핀 언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발언과 관련, 유감을 표명했다.

에마뉘엘 나숀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해명할 길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히틀러가 3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며 “필리핀에는 300만 명의 마약중독자가 있는데 이들을 학살하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외교부는 필리핀 대사를 초치해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틴 셰퍼 독일 외교부 대변인은 “홀로코스트 만행을 다른 어떤 것에 비유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다마 디엥 유엔 사무총장 집단학살방지 특별자문관은 “모든 인류의 삶을 경멸하는 표현”이라며“홀로코스트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로널드 라우더 세계유대인회의 회장은 “마약 남용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비인도적이고 인명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과 필리핀 관계는 민주적 가치, 인권존중 등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여기에서 크게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핀 하원의 에드셀 라그만 야당 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유대인 희생자들을 깎아내린 것은 물론 초법적 마약용의자 처형 증가에 대한 자신의 죄를 인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3개월간 3천500여 명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됐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지부의 펠림 카인 부지부장은 마약용의자 처형이 범죄 억제를 가장한 대량 살육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이 두테르테 정부에 원조 중단 가능성을 경고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주 미 상원에서는 벤 카딘 의원과 패트릭 리히 의원이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전쟁을 통해 국민을 위협하고 마약 용의자 대량 살육을 지지한다고 비판했다.

상원 세출위원회 소속인 리히 의원은 두테르테 정부가 법치에 나설 때까지 필리핀 원조에 대한 추가 조건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2015회계연도에 미국으로부터 1억7천500만 달러(1천932억 원)의 개발 원조를 받는 등 경제 개발과 군비 증강을 해외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필리핀에 대한 원조를 제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1951년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에 뿌리를 둔 양국 동맹관계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패권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서 필리핀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합동순찰은 물론 양국 연합군사훈련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전임 정부의 친미 외교노선을 수정하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홀로코스트 발언 파장이 커지자 “나치 정권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깎아내릴 의도는 없었다”며 “대통령의 학살 언급은 자신이 대학살을 자행한 히틀러처럼 비치는 데 따른 완곡한 표현이었을 뿐, (대통령은) 그런 꼬리표가 붙는 것을 거부한다”고 해명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고 필리핀을 흔들려는 악의적인 보도와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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